동화부문 당선자 최일걸(30)씨는 다양한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한때 동양화를 그렸던 최씨는 영상교육원에서 시나리오를 공부했고, 희곡, 소설, 동시, 동화 등 거의 모든 장르를 파고 들었다. 95년에는 동화 「긴긴 여름날의 숨바꼭질」로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경력도 있다.『무엇인가 자꾸 써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겨 지금까지 왔습니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이런 영광을 안게 돼 기쁩니다』
당선작 「길」은 동화이지만 그가 해온 그림과 다양한 글쓰기의 특징이 요소요소에 녹아있다. 짙은 회화성, 영화의 한장면과 같은 상황의 설명, 이야기의 배경이 산만하지 않고 절제된 연극 무대를 연상시키는 점 등이다.
최씨는 전북 진안에서 태어나 농촌의 슬픈 현실을 체험했다. 작품 속에서 체험을 이야기하면서 그 분위기에 함몰되지 않고 오히려 밝은 결론을 이끈 것도 다양한 글쓰기를 통한 연마의 결과라는 평가이다.
『깊이있고 밝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아직 경제사정 등 개인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지만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을 표현해 볼 생각입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당선소감/“더 좋은 글써 마음의 빚 갚겠다”
무망결에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드는 순간 허우룩한 어깨 죽지로 떨림이 잦아들었다. 숨김없이 부끄럽다. 가슴 속에 먼지 부스러기처럼 켜켜이 내려앉아 있는 삶의 편린들을 한 꺼풀 한 꺼풀 들춰내다 문득 맨 밑바닥에서 아롱져 일렁이는 뭔가를 보았다. 그런 내밀한 빛깔과 형상을 글로 엮어 보고 싶었다.
대밭 속의 나직한 속삭임이 세상의 귀와 입을 통해 엿들어지고 헤프게 나불거려진 셈이다. 그런 탓에 나는 삶의 어떤 이정표에 기대어 서서 옹송그린 가슴팍에 무르춤한 얼굴을 떨군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내겐 이 지면이 너무도 소중하며, 그러니만큼 기쁨 또한 버겁게 크다.
귀한 지면을 빌려, 늘상 애정어린 시선으로 못난 아들을 지켜봐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내게 큰 힘이 되어주신 윤이현 선생님과 심사위원 선생님께 갚기 힘든 빚이지만 더 좋은 글 써서 조금씩 갚아나가련다.
◎심사평/감상 안빠진 정황묘사 뛰어나
신인 작품을 읽게되는 경우 우선 유념하게 되는 것은 기존의 형식과 내용에서의 벗어남이다. 응모원고(총 89편)를 통독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결론은 사회풍자, 공해문제, 시골예찬 등 안이한 소재찾기·도식화한 구성·상투적인 결말에 대한 불만이었다. 또한 지나친 비약이나 문학성의 결여는 주된 대상이 어린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간과한 자세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40여편씩 나누어가진 원고 중에서 각각 너댓편씩을 고르고 , 그 가운데서 비교적 앞에 열거한 단점이 적은 「동이와 깃털장군」(김은선), 「수평선으로 가는 꽃게」(박윤규), 「누리의 하루」(최용탁), 「은빛 피라미의 눈물」(김상범), 「길」(최일걸)등 다섯편을 다시 골랐다.
「동이와 깃털장군」과 「누리의 하루」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소년(동이)과 장애소녀(누리)의 애틋한 이야기로 상호 대비되는 작품이었고, 「수평선…」과 「길」은 소재와 기술방법의 참신성에 호감이 갔다. 「은빛 피라미…」는 수몰지역을 다룬 것으로, 앞의 네작품과 함께 문장과 구성면에서 하자가 없었으나 과욕을 부린 수중묘사에 무리가 있었다.
특히 최일걸의 「길」은 자칫 감상에 빠질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절제된 감정·무리없는 구성·차분한 정황묘사 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정진을 빈다.<심사위원=신지식·강정규>심사위원=신지식·강정규>
□약력
▲67년 전북 진안 출생
▲영상교육원 수료
▲9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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