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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부네 같은 국가/서화숙 네오라이프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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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부네 같은 국가/서화숙 네오라이프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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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눈이 온다. 아이들은 추위도 아랑곳 않고 마당에서 뛰어논다. 외투도 없이 나간 맏이에게 스웨터라도 더 입혀주려고 마당으로 나섰다. 며칠 날이 따뜻해서인가, 라일락 나무에 꽃눈이 튼 것을 발견했다.거실로 돌아와 겹창문 중 한겹을 연다. 이웃집 지붕위에 눈이 쌓인다. 또 한 해가 오고 이 해도 행복하도록 노력해야겠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아파트에 살 때만 해도 눈은 그냥 회색 공간을 가로지르는 얼음덩어리였다. 창 밖을 내다보면 어린이들이 기뻐 뛰노는 모습조차 거리감있게 느껴졌다. 게다가 아파트 주차장 위로 떨어지는 눈은 너무 차가워 보여 고개를 돌리곤 했다.

땅에 발붙여 사니 눈이 눈같고 비가 비같다. 눈이 오면 쓸어야 하고 비가 오면 서둘러 자전거라도 치워야 한다. 자연과 반응을 하면서 살게 된다.

6년전 베스트셀러 출판사 편집장을 그만두고 생태전문지 「녹색평론」 편집자를 자원해서 대구로 내려간 장길섭씨는 4년전부터 농사를 짓고 있다. 그의 농사짓는 이야기가 「녹색평론」 11·12월호에 실렸다. 농사를 지으면서 그는 왜 이렇게 사는가, 자신은 얼마나 비루한 존재인가 하는 자괴감을 떨쳐버렸다고 한다. 사람이 땀흘리는 만큼 응답하는 땅과, 사람을 감싸주는 자연이라는 일터에서 참으로 산다는 행복을 만끽한다고 한다. 느리게 살고 덜 갖고 덜 쓰면서 그와 가족은 삶을 찾았다고 한다.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석유파동때는 전세계가 몸살을 앓았지만 지난해 경제난은 다른 나라들이 호황을 누릴때 우리만 겪는 것이어서 고민이 더 깊었다. 그래서 올해를 맞으며 듣는 소리라니 경제를 살리자거나 일류가 되어야 한다는 구호 뿐이다.

우리는 왜 그렇게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가정단위로 우리는 놀부네 같은 집을 그다지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국가단위로는 왜 늘 빳빳한 새 돈으로 칠갑을 한 놀부네 같은 국가를 꿈꾸는 것일까. 이제 숨을 돌려볼 때가 아닌가. 잘 살기 위해 세계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굶주림과 전쟁참화를 겪는 다른 나라 사람도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그를 위해 이바지하는 세계화를 생각할 때가 아닌가. 아니 당장 국내에서 돈보다 인권을 중시해보자. 실은 거기에 경제구조 개편의 실마리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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