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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지역·계층 3대 갈등 해소하자”/사회학자 10인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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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지역·계층 3대 갈등 해소하자”/사회학자 10인 설문조사

입력
1997.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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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맞물려 님비현상 심화할듯/지자체간 ‘협의기구’ 통해 조정을/탈북자 처리는 통일역량 시험대대통령 선거의 해인 97년은 우리 사회에 각종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날 위험성이 크다.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노사간 갈등은 이미 예측불허의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대규모 공단과 쓰레기하치장 등 공해유발시설을 둘러싼 지자체간 갈등, 탈북사태로 인한 남북간 갈등도 고조될 전망이다. 한국일보사는 「97 한국사회-갈등을 해소하자」라는 주제로 사회학자 10명에게 예상되는 우리 사회의 갈등유형과 해결방안 등에 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학자들은 노사·지역·계층간 갈등을 올해의 3대 갈등으로 지적하고, 정부의 조정능력 회복과 민간사회단체의 적극적 참여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편집자 주>

□설문내용

①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갈등의 순위 및 97년에 예상되는 대표적 갈등

②지방자치단체간 갈등유형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과 그 해결책

③탈북사태와 재중동포의 국내 유입으로 인한 갈등여부 및 그 해소책

④갈등의 역기능을 해소하고 순기능을 부추기기 위한 정부의 역할

⑤향후 10년간 한국사회를 특징지을 수 있는 변화

□응답자

△김성국(49) 부산대 사회학과

△손준규(65) 동국대 사회학과

△이근무(59) 아주대 사회학과

△이시재(48) 서울시립대 사회학과

△임현진(46) 서울대 사회학과

△임희섭(59) 고려대 사회학과

△장일순(54) 경희대 사회학과

△전태국(49) 강원대 사회학과

△한상진(52) 서울대 사회학과

△한태선(58) 한양대 사회과학대학장(가나다순)

○올해 예상되는 갈등양상

올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갈등은 노사간 갈등일 것으로 지적됐다. 또 지역 계층 지자체 남북간 갈등도 이에 못지 않게 심각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근무 교수는 97년이 대통령선거가 예정된 해이므로 권력구조의 재편을 앞둔 정치적 갈등이 두드러질 것이며, 이 과정에서 대변혁기를 맞은 노사간 갈등과 지역간 갈등도 어느 해보다 치열한 양상을 띨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갈등의 해결책으로 대부분의 학자들은 국민통합에 기초한 경제적 안정과 평화적 정권교체를 꼽았다. 한상진 교수는 민주적 게임의 규칙을 통한 평화적 정권교체만이 지역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가정 학교 직장에서 애향심에 기초해 국민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시민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하며(임현진), 노와 사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서로를 존중하고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한태선).

○지자체간 갈등유형과 대책

올해는 대통령선거와 맞물려 위천공단사태 등 이른바 님비(Nimby)현상에 따른 지자체간 갈등이 첨예해질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핵발전소 핵폐기물처리장 하수·쓰레기 처리장 등 환경관련 시설의 확충을 둘러싸고 주민간 지자체간 이해의 충돌이 심각해질 전망이다(한태선). 지자체간의 경쟁적 개발정책에 따른 자연훼손 시비도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됐다(이시재).

장일순 교수는 지자체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민의 참여와 권력분산이라는 지방자치의 의미를 국민 모두에게 재차 인식시킬 수 있는 교육적 노력이 필요하며,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자체간 분쟁조정위원회 형식의 협의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수계 해양 산림 등 환경분야 분쟁의 경우 생태계 관리를 위한 별도의 기구를 설립, 운영해야 하며, 중립적인 인사들로 구성된 학계 자문기구의 신설도 검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임희섭·임현진). 공해유발사업 입지로 선정된 지역에 대해서는 보상차원의 혜택을 주는 방안도 해결책의 하나로 제시됐다(이근무).

○탈북사태와 재중동포 유입

탈북사태와 재중동포의 유입도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범죄 및 빈민의 증가, 부동산가격 상승, 무력충돌, 삶의 질 저하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탈북자의 생계를 지원해줄 경우 우리 사회의 기존 영세민·빈민층의 반발을 일으킬 수 있고, 반대로 탈북자에 대한 생활대책이 미흡할 경우 이들이 새로운 불만세력을 형성할 것으로 지적됐다(장일순).

그러나 해결책에 대해서는 시각이 다소 엇갈렸다. 탈북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과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상반되는 양상이었다. 이근무 교수는 『탈북자의 대량유입은 심각한 사회갈등을 일으킬 것이므로 남한에 가봐야 직장 얻기가 힘들고 빈부의 차이도 크다는 것을 인식시켜 탈북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시재 교수는 『탈북자 처리문제는 우리의 통일역량을 시험하는 잣대가 될 것이며, 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우리의 통일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현진 교수는 탈북사태를 갈등요인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장기적으로 국민통합과 통일된 국가복원이란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임교수는 탈북자라는 말 대신에 「북한망명동포」라는 말을 쓸 것을 제안, 주목됐다.

○갈등해소를 위한 정부역할

사회학자들은 대체로 정부가 최근 노사문제와 지자체간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객관적인 조정자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가 갈등을 증폭시켜 선거 등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데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한상진). 학자들은 정부가 다양한 사회집단의 공존과 공영의 원칙 위에서 합리적인 조정자로서의 기능을 시급히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통제기능에만 급급하지 말고 사회와 문화의 민주화를 위한 제도와 인력 확보에 노력해야 하며(전태국), 전체를 조망하는 시야를 갖추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이시재)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바람직하지도 않은 만큼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청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성국 교수는 사회·시민단체들이 여론조성과 분쟁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향후 10년간 한국사회의 변화

앞으로 정보화와 세계화가 한국사회를 규정짓는 주요한 변화요인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통일시대에 따른 정치 사회 경제의 재조직화, 정치엘리트의 쇠퇴와 경제 사회 문화분야 엘리트의 대두, 지방의 균형적인 발전, 탈권위의 국민의식 증대 등이 지적됐다. 사회적으로는 대학진학이 수월해지면서 탈입시교육 현상이 두드러지고, 독신남녀가 증가하며, 이혼 재혼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경제적으로는 지금과 같은 재벌중심의 국제경쟁력 제고방안이 벽에 부딪칠 경우 대량 실업 등 심각한 위기국면이 초래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경제난 심화에 따른 사회혼란이 계속되면 새로운 권위주의정권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김성국).

이근무 교수는 일본의 군비강화, 중국의 경제성장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6·25이후 세대가 집권당의 실세가 되면 구한말 열강의 각축전이 재현될 수도 있는 만큼 건전한 다수 중산층의 향배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상진 교수는 우리 내부의 힘을 순리로 모아 민주적으로 뚫고 나가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고재학·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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