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지성파가 내뿜는 ‘자유’/하버드와 예일을 졸업한 잘나가는 젊은이가 전통과 개성·스윙과 록을 융합/재즈가 가야할 새 길을 연다최고의 지성파가 내뿜는 자유의 소리, 조슈어 레드먼의 색소폰이 알리는 새 시대 재즈의 전언들이 뒤를 잇고 있다. 「소망(Wish)」의 후속타 「열광 속의 자유(Freedom In The Groove)」가 최근 국내 발표됐다.
「소망」은 팻 메스니(기타)·찰리 헤이든(베이스) 등 우리 시대 최고 재즈 뮤지션들과의 협연 사실만으로도, 진작부터 커다란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작품. 「소망」이 다분히 신전통주의적 규범과 어법을 지켜나갔다면, 「열광…」에서는 훨씬 자유분방한 모습을 펼쳐 보인다. 전통과 개성, 스윙 리듬과 록 비트, 극단적으로 비치는 두 모습이 그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우리 시대 재즈의 양극을 한 몸에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레드먼. 쉽게 종잡히지 않는 음악 행로지만, 그가 걸어 온 인생 행로만큼이나 극적이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 28세. 「최고의 지성파」라는 말은 그에게는 결코 흔해빠진 수식어가 아니다.
고교 전과목 A 졸업에 하버드대 사회학과 졸업, 거기에도 만족 못 하고 예일대 법학과 졸업까지. 저 어질어질한 휘장, 보통사람이라면 「인생의 승리자」로서 예정된 출세가도를 달렸을 것이다.
그러나 재즈신은 레드먼을 놓아 주지 않았다. 이번 2집 자켓 사진이 보여 주는 그의 모습, 스킨 헤드에다 주렁주렁 달린 귀고리라니…. 보통 흑인 청년의 모습 아닌가.
인습의 멍에를 벗어 던진 키취(Kitsch)의 외양, 그러나 음악은 진지함과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다. 진지함은 재즈의 위대한 전통에 대한 존경에서, 놀라움은 새 시대 어법을 추구하는 실험성에서 우러나온다. 그것들이 재즈맨 레드먼을 탄생시킨 두 버팀대다.
아주 어려서부터 그는 음악, 그것도 별난 음악들과 살았다. 무용수인 그의 어머니는 겨우 다섯살인 그를 인도와 인도네시아 음악반에 넣고, 집에서는 흑인의 솔과 재즈 음악으로 에워쌌다. 청소년 시절 그는 흑인음악보다 각종 팝에 빠져 들었다. 그러다 하버드 때는 공부만 지독스레 파고 들었다. 학교 재즈 밴드에서 잠시 활동했던 것을 빼고는. 그러나 예일대 졸업반 시절, 한 해 쉬면서 그는 진짜 재즈와 만나게 된다. 뉴욕과 여타 도시의 클럽에서, 그는 무서운 신인의 자리를 굳혀 갔다.
『나는 각각의 음악 장르들을 인정하지만, 엄격히 구획지워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전통에 뿌리 박았으되, 나는 지평선 너머를 항상 의식한다. 멀리 가면 갈수록, 나는 집으로 더 가까와 진다』 「열광…」을 발표하면서 함축한 자기 입지점이다.
아직 자신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92년 11월, 그는 같은 또래의 신예 재즈맨들과 함께 서울 공연을 펼친 일도 있다. 물론 우리는 그에 대해 전혀 모를 때였다.<장병욱 기자>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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