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아난 신임 유엔 사무총장이 1일자로 공식임기에 들어갔다. 앞으로 5년간 제7대 사무총장직을 수행해 나가야 할 아난 총장은 21세기를 맞아 새로운 유엔의 위상을 정립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아난 총장 스스로가 『유엔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재문해 봐야 한다』고 이미 밝힌 바 있지만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전임총장이 21세기 유엔에 어울리지 않아 물러났던 만큼 후임인 아난 총장에게 이 점은 가장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점점 늘어나는 민족 인종간의 지역 분쟁, 분쟁의 부산물인 국제 난민, 빈곤 환경 인권 문제 등 숱한 과제가 유엔앞에 놓여 있지만 실제로 유엔이 「해야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갈수록 편차가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문 유엔관료로서 아난 총장은 이같은 현실을 깊이 느껴온 듯하다. 아난 총장은 자신의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유엔의 이상과 지표를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적어도 금년 한해동안 아난 총장에게 가장 요구되는 것은 개혁의 가시적 성과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아난은 비대해진 관료주의와 업무의 중복 비효율성을 제거하는데 임기 첫해의 최우선 목표를 둘 것으로 보인다.
아난 총장은 이미 지난해 연말 임명직인 유엔의 고위관리 23명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토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살빼기를 위한 조직압박인 동시에 유엔 사무국을 「아난체제」로 시급히 정비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유엔개혁에 발휘될 아난 총장의 역량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회의도 적지않아 주목된다. 사무차장시절 그의 주업무는 평화유지였으나 소말리아를 비롯, 유엔평화유지업무에 대한 비판론이 적지 않았고 이는 총장으로서 그의 능력에 대한 회의론으로 연결되고 있다. 과거에는 비판의 표적이 부트로스 갈리로 쏠리는 바람에 아난은 뒷전에서 안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보다 시급한 것은 재정난해소를 위한 미납 분담금문제의 해결이다. 현재 최대 분담금미납국은 미국으로 무려 13억달러가 체불상태이다. 또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3개 대국이 전체 미납금 23억달러중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아난은 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미납금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이 도와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이런 배경은 오히려 부트로스 갈리와는 달리 미국의 입김에 휘둘리는 유엔총장의 등장을 예고한다는 관측도 낳고있어 주목되고 있다.<유엔본부=조재용 특파원>유엔본부=조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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