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는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자고 일어나 보니 스타가 돼 있더라』는 말도 있지만. 스타가 될 인물은 그 조짐을 드러낸다. 무대에서, 방송에서, 스크린에서 아직은 미숙하거나 두드러지지 않지만 탁월한 재능으로 금세 인기를 폭발시킬 것 같은 얼굴들. 네오클래식이 공연장과 대중문화의 각 분야별 「97년의 스타」를 예감해 본다.◎탤런트 최지우/‘한국의 이자벨 아자니’
이슬을 머금은 듯 맑고 촉촉한 눈빛과 청순한 모습이 인상적인 탤런트. 21세. KBS2 주말극 「첫사랑」에서 배용준의 상대역인 석희로 눈길을 끌고 있다. 똑똑하고 주관이 강하지만 사랑만은 속으로 삭이는 석희는 당초 기획안에서 비중이 없는 인물이었으나 최지우의 급부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 됐다.
부산여전 무용과를 지난해초 졸업한 그는 대학 1년때인 94년 MBC 23기 탤런트로 데뷔했지만 그동안 「전쟁과 사랑」 「베스트극장」 등에서 단역으로 전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순부터 영화 「박봉곤 가출사건」 출연, 광고모델 출연 등으로 빛을 보기 시작해 올해에는 방송계의 신데렐라로 등장할 전망. 한 영화사가 주관한 행사에서 이자벨 아자니와 가장 닮은 인물로 뽑히기도 했다.
◎탤런트 박신양/러서 연극수업 실력파
흔들리는 드라마왕국 MBC의 기대주. 지난해 「사과꽃 향기」로 TV에 데뷔한 이후 곧바로 주말극 「사랑한다면」의 주인공을 거머쥔 행운아.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3년간 러시아에서 연극수업을 받아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실력파로 평가받고 있다. 27세. 깨달음을 얻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살인 섹스 등 극단적인 구도 행각을 서슴지 않는 구도승으로 출연한 영화 「유리」로 주목을 끌었다.
「사랑한다면」에서는 기독교와 불교로 나뉜 집안 갈등 때문에 힘든 사랑을 이루어가는 장동휘 역할을 맡아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초 개봉하는 박재호 감독의 「쁘아종」에서는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는 몽상가 역할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박천호 기자>박천호>
◎가수 지누/연주·작곡·노래 ‘3박자’
지난해 지누(26·본명 최진우)가 「엉뚱한 상상」이 수록된 첫 음반을 냈을 때 몇몇 선배 가수들은 그를 가리켜 대중성과 음악성 간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드문 신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중학교 시절부터 미쳐있다시피 했던 음악듣기와 여러 가수들의 음반작업에 참여했던 경험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때의 몰입이 그로 하여금 작곡과 편곡, 프로그래밍은 물론이고 기타 드럼 키보드를 능숙하게 다룰줄 아는 재주꾼으로 만들었다. 1집에는 그의 이런 재능이 곳곳에 숨어있다.
지누는 조만간 두번째 음반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첫 음반이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린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알릴 생각이다. 조금 더 선명하고 과감한 그를 기대해볼 수 있을 듯 하다.<김지영 기자>김지영>
◎코미디언 정경숙/‘시녀병’ 주인공 아세요
쳐다만 보아도 웃음이 나온다. 잘생긴 남자만 나타나면 뒤를 따라다니면서 「눈을 감았다, 떴다」하는 특유의 표정을 짓는데 폭소가 터지지 않을 수 없다. 별명은 홍록기와 닮았다고 「여자 홍록기」.
96년 발탁된 20세 신인이지만, 얼굴 표정이 다양하고 슬랩스틱 연기에 능하다. 「테마게임」에서는 양념 구실을 톡톡이 해내고 있고, 「일요일 일요일밤에」에서는 벌써 보조 MC로 출연중이다. 「오늘은 좋은 날」의 「세상의 모든 딸들」에서는 공주병 김자옥을 추종하는 경숙이로 출연, 「시녀병」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내놓았다. 「시녀병」은 자옥이를 공주처럼 생각하고 모셔주는 것. 외모나 독특한 캐릭터만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올해부터는 어떤 역할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연기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박천호 기자>박천호>
◎연극 이미옥/성악 재능 열정의 배우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선녀」역으로 잘 알려진 연극배우 이미옥(25)씨의 전공은 연극이 아니고 성악이다. 연극엔 별 관심이 없다던 그는 대학교 은사의 주선으로 오디션을 받고, 그리고 짧은 시간 안에 주목받는 연기자로 성장했다.
이미옥씨는 신인으로서는 드물게 차분하면서도 무대를 확실히 장악하는 배우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도 기본을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것 저것 배우고, 익히는 일에 열심이다. 방송쪽에서 제의가 있었지만 거절하기도 했다. 연극에서 온전한 자기 몫을 찾고 싶어서다.
최근 연극 담당 기자들이 뽑은 「97 한국연극을 이끌어갈 젊은 연극인」중 한 사람으로 랭크됐다. 그러나 그에게 거는 기대는 비단 뛰어난 순발력과 성실함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아마도 『연극 더 많이 사랑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연극에 대한 진한 사랑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황동일 기자>황동일>
◎영화 조상기/3,477대 1 경쟁서 뽑혀
흥행 참패로 끝날 것 같은 「미지왕」. 그러나 지난 연말 영화가 처음 공개됐을 때 사람들의 한결같은 한마디. 『남자배우 하나는 건졌다』였다.
바로 조상기(22·중앙대 조소학과 졸업 예정)였다. 말쑥한 마마보이처럼 잘 생긴 얼굴도, 그렇다고 근육질도 아닌 그가 주목을 받은 것은 뛰어난 표정연기에 유연하고 빠른 몸놀림 때문이었다. 황당하고 과장된 영화의 분위기를 그는 마음껏 즐겼다. 3,477명이 몰린 신인 공모에서 뽑힌 그는 연기공부도, 경험도 전혀 없는 완전 신인.
『아쉬움이 많아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는 첫 영화에서 「연기」를 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냥 평소 모습을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다양한 표정도 거울을 보고 억지로 연습한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감정에서 나오는 대로 맡겼다. 그러나 다음 작품에서는 또 다른 모습, 가능하면 인간적이고 따뜻한 사랑을 보여주고 싶어한다.<이대현 기자>이대현>
◎무용 서은정/젊지만 완숙한 춤솜씨
이제 막 서른의 문턱을 넘어서는 젊은 춤꾼 서은정(30)씨는 무용의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96 젊은 안무자 창작공연」에서 「강의 백일몽」이라는 작품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스페인 시인 가르시아 로르카의 시를 몸으로 표현해 낸 그의 작품은 이미지의 명징한 전달, 무대공간의 적절한 사용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은정씨는 수상 특전으로 내년중 해외연수를 떠날 예정이다. 그러나 그는 현대무용의 메카라는 뉴욕으로 가지 않고 캐나다로 행선지를 잡았다. 『현대무용의 또다른 흐름을 확인해보고 싶은』 욕심에서다. 이런 욕심은 춤꾼으로서의 포부에까지 미친다. 『물론 중요한 흐름도 놓치지 말아야겠지만, 좀더 다른 시도, 다른 춤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그러자면 손짓 하나에도 「생각」 이 들어가 있는 춤을 만들고, 추어야겠지요』 며칠 전 공연을 끝내고 혹독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그가 힘주어 밝힌 포부이다.<황동일 기자>황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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