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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패권 싸고 숨막히는 외교전/미국·중국·일본‘동북아 신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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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패권 싸고 숨막히는 외교전/미국·중국·일본‘동북아 신삼국지’

입력
1997.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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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주도권 확보를 위한 미국 일본 중국의 각축은 97년에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냉전은 끝났지만 21세기를 앞두고 이익확보를 위해 샅바싸움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견제와 영향력강화라는 고지를 먼저 차지하려는 싸움에는 국가와 민간이 따로 없다. 힘을 바탕으로 한 외교전이 긴박하게 진행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국 시장진출에 너나없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지역연구를 담당하는 연구소가 밤을 밝히고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신념으로 무장한 공부벌레들이 「적지」에서 침식을 잊고 있다. 중원 아닌 중원에서 벌어지는 삼국의 힘겨루기를 짚어본다.<편집자 주> ◎미국의 전략/중국 견제 가속

중국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추진과정에서 최대의 걸림돌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지역에서의 군사·경제적인 헤게모니 장악을 노리는 중국이 여전히 미국에 대한 대결 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 행정부의 대중 정책은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는 한편 13억 인구의 거대시장에 경제진출을 가속화하면서 점진적인 민주개혁을 지원하는데 있다. 이른바 「개입정책」이다. 하지만 이같은 개입정책은 베이징(북경) 당국이 「봉쇄정책」과 동일어로 인식, 양국간에 요란한 마찰음을 내왔다.

미국의 정책분석가들은 중국이 가까운 장래에 당면할 주요 이슈들을 중요도에 따라 다음과 같이 열거한다. 덩샤오핑(등소평) 체제의 종언과 새로운 지도부의 출현, 7월의 홍콩 인수, 대만 독립운동, 북한의 권력승계와 핵문제 등이 그것이다.

미국은 조만간 중국이 직면하게될 이같은 문제들에 대해 중국 못지않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중국이 최근 러시아와 21세기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는 명분아래 대미 공동전선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이 냉전종식 이후에도 한국 일본 등 이 지역 맹방들과 기존의 안보조약을 강화해가고 있는 것도 중국 러시아의 군사적 패권주의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임이 분명하다.

미래의 중국이 ▲현상유지 ▲자유개혁 ▲완전와해 등 3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어느쪽으로 행진해나갈지를 속단키는 어렵다. 하지만 미국의 분명한 대중 정책은 점진적인 「민주화 장정」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은 당분간은 중국의 개발독재를 용인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단기적으로는 비록 인권탄압과 유혈폭동 등 진통이 계속되겠지만 중국이 추진중인 경제 현대화의 결실이 장기적으로는 민주개혁을 가져오게 되리라는 바람에서다.

빌 클린턴 행정부는 이같은 목표달성을 위해 인권문제와 통상이슈를 분리시키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등 사망 이후의 중국이 본격적인 국수주의 노선을 채택하는 경우이다. 미국인들은 대 대만 정책과 관련해 95년 10월 로스앤젤레스에 대한 핵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던 중국군 총참모장의 호전적인 발언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홍콩이 중국의 수중에 넘어가는 97년은 동북아에서 미·중 양국간의 신경전이 한층 가열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

◎중국의 전략/전방위 유대 강화

동북아를 둘러싼 지역패권을 놓고 중국은 미국과 일본을 겨냥, 총체적인 전방위 외교공세를 전개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위해 대만을 부추겨 분열을 조장하고 지적재산권, 인권, 최혜국 대우, 핵확산 문제 등을 거론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던 중국 지도부는 지난해 4월 체결된 미·일 신안보조약을 중국을 겨냥한 봉쇄정책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있다.

장쩌민(강택민) 국가주석, 리펑(이붕) 총리, 차오스(교석)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위원장 등 중국의 최고위 지도자들이 이 조약을 전후해 잇따라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을 순방하고 수십개국의 지도자를 상대로 초청외교를 펼친 것은 이에 대한 대응이었다.

중국은 미국의 북한 접근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과거 냉전시대의 「소련 견제」라는 미국의 세계전략 개념이 「중국견제」로 바뀌었으며 북한 접근도 이러한 전략목표를 실현하기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대응은 우선 과거의 동지 러시아와 전략적 동반관계를 수립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강주석은 미·일 신 안보조약이 체결된지 10일이 채 안되는 4월26일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을 불러들여 「양국관계는 전면적으로 발전하는 새로운 시기에 돌입했다」고 선언하고 카자흐스탄 키르키즈스탄 등 국경을 접한 북방 5개국과 국경협정을 맺었다.

이후 인도와는 건설적 동반자관계, 파키스탄과는 전략적 협력관계, 필리핀과는 상호우호관계, 북한과는 대를 이은 동반자관계를 강조하며 유대를 강화했다.

한국과는 92년 국교수립당시 샹첸칸(향전간:앞으로 지켜보는)관계에서 현재는 전면적 발전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중국 외교부의 평가다.

최근 중국 외교부 왕이(왕의) 아주사장(사장:국장)은 『미·일 신안보체제의 관할 범위가 대만, 난사(남사)군도, 댜오위다오(조어도), 한반도 문제 등으로 광범위한데 이를 주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중국은 한국 일본 대만 베트남 등 자국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국들이 미국의 입김을 등에 업고 중국에 위협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제, 기타 주변국들과 상호유대관계를 맺어 적극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올해는 홍콩반환, 15차당대회 등 국내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것도 중국의 외교 발걸음을 재촉하는 요소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

◎일본의 전략/탈구입아 전환

메이지(명치)유신 이후 일본은 서구화·근대화를 통한 서구 문명국가군에 진입하는 「탈아입구」를 지향, 이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21세기를 앞두고 있는 일본에는 유럽과 미주의 경제블록화 등을 지켜보며 「탈구입아」로의 전환론이 활발하다.

외무성 96년판 「외교청서」는 동북아,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중요성을 『아·태지역의 평화와 번영은 일본의 안전과 번영에 직결된다』고 정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복잡한 이 지역의 역사적 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의 존재와 개입을 유지하며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게 불가결하다』며 「친미입아」론을 제시하고 있다. 자민당의 97년 당 운동방침도 『일·미관계는 일본 외교의 기축』이라고 강조한다.

중국의 경제대국화와 군사력팽창을 우려하는 일본은 미·일관계를 기본축으로 미·일·중 3국간의 동북아세력균형과 지역안정을 꾀하는 중이다.

중국경제대국론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주장도 많지만 자민당 외교조사회 정책지침은 『중국이 2001년께는 일본을 능가하는 경제대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

정책지침은 이같은 전망 하에서 『앞으로 양호한 일·중관계는 일본외교의 기축인 일·미동맹과 함께 이 지역의 안정적 기반이 된다』고 분석했다.

지역안정화와 세력균형을 위해 자민당은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북한 러시아 등이 참가하는 동북아 다자간 안보대화체제 구축과 미·일·중 3국 정상회담의 상설화를 연구해왔다.

동북아지역의 군사력팽창과 불안정 요인을 감안할 때 2국간 안보협력만으로는 지역안정이 완전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는 동시에 일본이 지역 세력균형에 확실하게 한 자리를 확보하는 수단도 된다.

일본 언론과 학계에서 자주 나타나는 불안감은 미국이 경제대국이 된 중국을 동북아 파트너로 삼고 미·중이 「일본 밀어내기」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기우』라는 소리도 높지만 동북아 세력판도를 놓고 미국이 중국에는 일본카드, 일본에는 중국카드를 쓸 수도 있다는 현실적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일본이 러시아와의 평화조약 체결을 서두르며 북·일 국교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대응카드 만들기」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도쿄=신윤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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