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은 좋은 해, 특별히 좋은 해가 될 것이다』 영국의 권위있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97년을 한 마디로 이렇게 전망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도 이 전망처럼 좋은 해가 될 것인가. 불황의 긴 터널은 끝이 보이고, 경상수지 적자걱정은 옛 이야기로 흘러가 버릴 것인가. 명예퇴직 걱정없이 희망찬 출근을 할 수 있고, 외국기업들은 사업하기 좋은 곳이라며 우리나라를 찾게 될 것인가. 불행히도 우리의 앞날은 어둡다.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 경제는 올해 부진에서 벗어나 활기를 되찾을 것인가, 아니면 계속 추락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회생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해 민간연구소들과 합동으로 우리 경제의 실상을 집중분석하며 우리 경제가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편집자 주> ◎고비용·저효율·규제…/병의 원인은 찾아냈다/환부를 도려내는 용기로 다시 한번 뛰어보자 편집자>
『선진국에의 길을 질주하던 한국경제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엔고와 반도체 붐이라는 순풍이 멎은데다 높은 사회적 코스트 및 기술력부족이라는 구조적 약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얼마전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은 「역풍 한국경제」라는 기사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올해 지구촌 경제는 그 어느때보다 호황을 누릴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성장률이 4.1%(96년 3.8%)에 달해 88년이후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올해에는 굵직한 선거가 없어 모든 나라에서 정치의 중요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 2기집권을 신호탄으로 큰 정부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이코노미스트지 발행 「97년 세계」)
그러나 우리 경제는 어떤가.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세계경제는 좋은데 유독 우리만 불황의 늪 속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누구나 정치와 경제는 별개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대선이라는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하고 있고, 고비용·저효율구조는 개선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대로 병의 원인은 찾아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선진국 문턱에서 전락한 남미국가들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선진국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원년이 경제추락의 시발점으로 기록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경기부진의 어두운 그림자는 올해도 쉽게 걷힐 것 같지는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 많은 경제연구소들은 경기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더딜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생산둔화와 고용감소 등을 동반한 본격적인 경기둔화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고 한은경제연구소는 98년 상반기에나 경기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은 3·4분기, 한국경제연구원과 한보경제연구원은 4·4분기가 경기저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별로 신경을 쓰지않았던 외채도 만만치 않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6월말 현재 1인당 외채규모는 2,063달러로 82년 원리금 상환불가를 선언했던 멕시코(당시 1,183달러) 아르헨티나(1,495달러)보다 훨씬 심각하며 이런 추세라면 2005년엔 세계은행 경고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48%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경제전문가들은 오히려 지금이 구조조정을 하는데 적기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름철에 목욕탕을 수리하는 것과 같은 논리라는 것이다. 금리는 한자리수에 머물고 물가는 3%대에 안정시켜야 한다. 과소비와 부동산투기를 완전히 사라지게 하고 노사는 함께 나가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선 각종 규제가 철폐되어야 한다. 한국의 한 관리가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이탈리아 축구가 왜 강한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탈리아 관리는 『체육부가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세계 경제가 좋아 모두 잘 뛰고 있을 때 우리만 처지면 영원히 따라잡기 힘들다. 아프더라도 환부를 과감하게 도려내는 용기를 가지고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야만 2000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이상호 기자>이상호>
◎올 지구촌경제성장 3∼4%대 ‘장밋빛’/일단 여건은 좋다
올해 지구촌경제는 96년보다 좋아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 등은 세계경제가 지난해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기호조와 개발도상국의 고성장을 바탕으로 세계경제는 지난해보다 높은 3∼4%대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IMF는 작년 3.8%에서 올해 4.1%로, WEFA도 3.2%에서 3.7%로 높게 잡았다.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미국의 경제는 설비투자가 호조를 보이고 집권 2기를 맞는 클린턴행정부가 성장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2%대의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게 중론. 95년 4·4분기이후 회복세로 돌아선 일본 경제도 내수위축 등으로 작년보다는 떨어지겠지만 견실한 성장을 나타낼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은 독일의 성장이 회복되고 기업투자 및 민간소비가 늘면서 2.2∼2.5%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개도국의 성장률은 아시아지역이 엔화약세에 따른 수출부진으로 성장이 둔화하는 반면 중남미와 동구권의 회복에 힘입어 6%내외. 원유가는 돌발사태가 없는한 다소 약세를 보이고 곡물을 제외한 원자재가격도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에따라 세계교역량은 7%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같은 전망은 우리에게는 일단 고무적인 셈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해 우리경제에 악재로 작용했던 선진국의 수입수요부진, 엔저, 국제유가 상승 등이 올해는 어느정도 해소돼 대외적 여건은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유가가 배럴당 1∼2달러만 떨어져도 무역수지적자는 10억∼20억달러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통상마찰이나 환율, 금융시장 개방에 따른 자본유입 등이 변수로 남아 있다.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통신시장개방 등을 놓고 미국의 통상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며 『또 대외여건이 좋더라도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는한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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