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말 기준 120개국 진출/동유럽·구소선 최대투자국 부상/‘자본주의 심는 전도사’ 역할 톡톡한국기업의 세계 경영지도에는 국경이 없다. 국내에서 물건을 만들어 해외에 내다 팔기 위해 세계 방방곡곡을 누볐던 한국인이 이제 현지경영을 위해 해외로 거침없이 뻗어가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은 물론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 한국공장의 기둥이 하나둘씩 늘어간다. 최근 몇년 사이 해외진출에 부쩍 속도를 붙이고 있는 국내기업들의 주요 해외전략과 활동무대, 진출업종을 살펴본다.
▷진출지역◁
국내기업들의 해외진출은 이제 진출하지 않은 국가 숫자를 세어보는 것이 빠를정도로 세계 곳곳에 실핏줄처럼 뻗어 있다. 95년말 기준으로 한국기업이 진출한 나라는 모두 120개국.
단일국으로 가장 투자건수가 많이 몰린 곳은 중국. 95년말 현재 한국기업의 해외 총투자 5,369건 가운데 중국투자가 41%인 2,239건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정부가 최근 발표한 95년말 현재 중국의 500대 외국투자기업에는 삼성전자 등 12개 한국기업이 포함돼 홍콩 대만 일본에 이어 한국은 투자규모 6위를 기록했다.
동남아권 최대 투자유망국 인도에서는 현대와 대우가 자동차로, 삼성 LG 대우가 가전사업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기아자동차, 제일제당 선경인더스트리 등이 진출해 있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들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현지 젊은이의 꿈이 될 정도로 기반을 잡았다.
동유럽과 옛소련지역에서는 한국이 최대투자국으로 등장, 자본주의를 심는 「전도사」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폴란드 루마니아 등에서 국영자동차공장을 잇따라 인수한 대우의 「텃밭」으로 인정받고 있다. 멕시코 브라질 등 중남미지역에서는 삼성이 복합가전단지로 가장 앞서고 있다.
오지인 아프리카 남태평양 등도 예외가 없다. 케냐 수단 탄자니아 카메룬 세네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18개 나라에 시멘트 타이어 가발제조 및 수산업 등으로 국내기업이 진출했다. 특히 광산개발업체인 영풍산업(주)이 95년 중서부 말리에 금광개발사업(총 800억원)으로 나가 금 시추와 제련사업이 한창이다. 남태평양 피지에는 목재가공 등으로 10개 기업이, 솔로몬군도에서도 현대종합목재 등 4개 기업이 사업을 펼치고 있다.
투자규모 별로 보면 삼성과 현대가 미국(반도체·각각 13억달러), 대우가 폴란드(자동차·11억달러), LG가 영국(가전·26억달러), 선경과 쌍용이 중국(정유·각각 10억달러이상)을 최대 투자지로 삼고 있다.
▷전략◁
「세계를 우리의 시장으로, 지구촌을 우리의 산업기지로」라는 표어를 내걸고 적극적인 해외진출에 나선 대우그룹은 중남미 동유럽 등 새로운 시장을 적극공략한다. 뛰어난 현지자금조달과 공격적인 마케팅전략도 돋보이는 대우만의 강점이다. 대우는 2000년까지 해외사업장 1,000개, 해외인력 25만명을 거느리는 다국적기업을 지향한다.
삼성그룹은 소재 부품 완제품을 한꺼번에 생산하는 복합단지화 전략이 강점. 현재 5개의 복합단지를 5년내 10개로 늘릴 계획인 삼성은 2001년까지 해외진출 140개국, 해외자산 500억달러를 목표로 잡았다.
LG그룹은 「스킬(Skill)올림픽」이라는 독특한 해외 이벤트로 눈길을 끈다. 이 행사는 주요거점지역에서 현지직원과 거래선 관계자를 대규모로 참석시켜 LG브랜드를 알리는 이벤트. 지난해 인도네시아 첫 행사로 사업활성화는 물론 현지에서 LG붐을 일으키는 성과를 거뒀다. LG는 2005년까지 총매출 300조원의 절반 이상을 해외공장에서 벌어들일 예정이다. 현대그룹은 철저한 현지화와 함께 기술력이 밀리는 부문을 저돌적인 해외기업인수로 보강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94년 미국 AT&T GIS사의 비메모리반도체 사업을 중개인없이 직접 사들인 것은 뒤떨어지는 기술을 해외기업 인수로 보강한 성공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주력업종◁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은 전업종을 망라하지만 규모와 건수로 보면 전자와 자동차가 최우선 진출분야. 이밖에 건설 철강 화학 시멘트사업 등이 두드러진다.
자동차는 대우와 현대가 강하다. 지난해 7월 우즈베키스탄에 세워진 대우 우즈자동차공장은 해외 10번째 대우자동차 생산공장.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1억달러 규모로 설립한 인도 공장을 비롯해 터키 캐나다 이집트 등 12개국에 제조공장을, 미국 독일 등에 자동차 판매망과 연구소를 갖고 있다.
가전과 반도체는 국내 주요기업들이 하나같이 주력하는 업종이다. 삼성은 95년 그룹 전체 해외매출의 80%인 236억달러를 가전분야에서 일궈냈으며 LG는 영국에만 26억달러규모의 가전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대우전자는 멕시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의 컬러TV 공장, 프랑스의 전자레인지 공장, 북아일랜드의 VCR 공장 등 10여개 나라에 모두 1억달러 규모의 가전공장을 세웠다. 현대는 98년까지 미국 오레곤주에 13억달러 규모의 64메가D램 반도체 공장을 세우는등 반도체 컴퓨터부품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동아그룹의 리비아대수로 공사, 한보의 러시아 가스전 개발, 유공의 마리브 유전개발 등 대규모 건설·개발 프로젝트가 국경없이 펼쳐지고 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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