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선택 나라 명운을 좌우한다/남북문제 등 숨가쁜 도전 직면한 한반도/감정·구호 버리고 합리적 리더십 세워야1997년은 대통령 선거의 해이다. 「97 대선」은 단순히 5년 임기의 15대 대통령을 뽑는 절차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미래, 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중대한 선택이다. 새 대통령은 20세기를 마감하면서 2000년대를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각계 원로, 석학들은 올해 대통령 선거의 역사성을 강조하면서 「바른 리더십」과 「바른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원 사회과학원장은 『97년은 결단의 한 해』라며 『어떤 리더십을 선택하느냐가 2000년대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서 서울대 명예교수는 『세기말에는 숙명적으로 격변이 있게 마련』이라며 『이를 헤쳐나갈 리더십이 창출되느냐 여부에 국가 장래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언급들은 역사의 기로에 섰던 19세기말 조선조를 상기하면, 생생한 교훈으로 다가온다. 세계사적 조류를 읽지 못했던 지도층의 어리석음은 다음 세기의 역사를 일제 식민통치, 국토분단, 6·25전쟁 등 비극으로 얼룩지게 했다. 시대흐름을 읽지 못한 리더십으로 역사가 얼마나 뒤틀렸는지를 웅변해 주는 대목이다.
우리의 주변에는 19세기말을 훨씬 능가하는 변혁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냉전종식으로 전통적 의미의 맹방은 사라진지 오래며, 경제중심주의가 국제사회의 흐름을 결정짓고 있다. 더욱이 우리는 한반도 주변의 복잡다기한 역학구도속에 남북문제의 불확실성, 그리고 경제침체 와중에 선진국의 견제, 후발국의 추격 등 미증유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97년 대통령 선거의 의미가 이처럼 중차대하기 때문에 역량있는 리더십이 요청되며, 이를 위해 국민들이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강영훈 전 총리는 『지금 우리의 상황은 19세기말, 20세기초와 유사하다』며 『감정이나 구호는 접고 이성과 합리주의로 격변의 시대, 국제경쟁시대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 전총리는 또 『우리 사회에는 이기주의와 독선이 난무하고 있다』며 『시민의식이 확보될 때 만이 비로소 바르고 결단력있는 지도자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덕우 전 총리도 『경제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지도력이 필요하다』며 『국민들은 지연 학연 혈연을 떠나 국제감각, 경제적 식견, 관리능력을 갖춘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건 명지대 총장도 『국민들은 더 이상 바탕없는 구호, 실천력없는 도덕주의에서 벗어나 국가를 경영하고 관리할 리더십을 택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이 냉철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복 연세대 교수는 『나라 안팎의 현실이 각박한 만큼 위기관리의 리더십이 절실하다』며 『유권자들이 더 이상 허명에 사로 잡혀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발전을 위해서는 「감당할 수 있는 도전」이 필요하다고 설파한 바 있다. 97년이 21세기의 밝은 미래를 열어 갈 「감당할 수 있는 도전」이 되려면 국민들이 깨어나야 한다는게 각계 원로, 석학들의 공통된 목소리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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