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 있으면 어디든 간다/난관 무릅쓰고 해외 곳곳 한국의 혼 심어「이제 세계경제에 국가간 담장은 없다. 오대양 육대주를 우리기업들의 앞마당으로…」 비좁은 한반도를 벗어나 드넓은 세계시장을 무대로 뛰는 기업들의 행보가 눈부시다. 현대 삼성 대우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은 물론 이제는 조그만 중소기업들까지 「금맥」을 찾아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본사와 해외지사라는 개념도 무너지고 있다. 바야흐로 기업현장에 초국경 경영시대가 본격개막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21세기를 불과 3년 앞둔 정축년 새해를 맞아 기획시리즈로 우리기업들의 성공적인 해외경영현장을 점검하고 해외경영이 나가야 할 방향을 심층 조망한다.<편집자 주>편집자>
「세계경영」을 표방하는 대우그룹은 올해 하반기들어 해외사업장 근무자(10만2,000명)가 국내 근무자(10만명)를 추월하는 「이상」현상이 나타났다. 삼성그룹은 지난달 지역별 해외사업본부장을 부회장으로 승격시켜 해외본사체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두 그룹의 움직임은 그러나 이제는 이상현상도 파격도 아니다. 초국경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일 뿐이다.
우리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은 일천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가히 전방위적이다. 선진국과 개도국,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과실의 씨앗이 있는 곳에는 온갖 난관을 무릅쓰고 한국기업의 혼을 심고 있다.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 첨단 전자단지를 세워 성가를 드높이는가 하면 아프리카 등의 오지에 진출해 초대형 건설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극찬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 기업이 처음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한 것은 지난 68년 12월. 해외직접투자가 허용된 직후 한국남방개발이 인도네시아 삼림개발사업에 참여해 해외진출 1호의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우리기업의 해외진출은 80년대 중반까지 임업 광업 자원개발 등 1차산업에 국한되고 투자규모도 미미했다. 85년만해도 투자를 포함한 해외진출건수는 50건, 1억달러로 국내기업 총투자의 0.4%에 불과했다. 당시만해도 해외진출은 국내의 모자란 자원을 확보하는 정도의 걸음마단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0년대 중반까지의 맹아기를 거친 해외진출은 통상마찰이 거세지기 시작한 86년이후 봇물을 이루기 시작한다.
섬유 의복 신발 가죽 등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자동차 반도체 전자제품 철강 등 우리산업의 주력부문에 이르기까지 해외진출이 유행병처럼 번졌다.
90년대 들어서는 투자규모도 대형화해 80년대말 건당 평균 40만달러에 불과했던 해외투자액이 지난해에는 250만달러로 늘어났다. 투자지역도 북미 유럽 아시아지역 등 개도국과 선진국을 가리지 않는다.
전체 해외투자규모도 92년만해도 12억달러(497건)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30억6,400만달러(1,289건), 올들어 10월까지는 33억6,900만달러(1,134건)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기업들이 이처럼 해외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통상마찰을 피하고 고임금과 고지가에 따른 경영압박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경쟁력이 취약해지고 있는 국내산업현장을 벗어나 비옥한 산업토양을 찾아 나서는 「경제적인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른 문제점도 무수히 많다. 탈출성 해외투자로 인한 국내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우려되고 있으며 무모한 해외투자로 실패를 보는 사례도 적지않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들에도 불구하고 해외진출은 우리 기업의 불가피한 선택이며 국내경제에 부정적인 면 보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누계기준으로 북미 유럽 일본 등 주요국가의 국내투자액이 우리기업의 상대국가의 투자보다 많아 「피 투자국」에 머물러 있다.
산업연구원 온기운 동향분석실장은 『기업들의 해외진출은 상대국의 무역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현지소비자의 기호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원자재조달, 정보수집, 제3국진출 등에서도 유리한 점이 훨씬 많다』면서 『특히 WTO체제 출범이후 선진국들이 해외시장개척에 총력을 기울여 자국경제를 살찌우는 모습에 보다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기업들은 이제 국내에서 만든 제품을 내다 팔아 이윤을 챙기던 방식에서 탈피해 해외에 직접 공장을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새로운 카드를 던지고 있다. 그 성패는 해외진출이 국내산업과의 유기적인 연계성을 유지하면서 국내산업을 동시에 고도화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 실행할 수 있는 가에 달려 있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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