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추스리며 경제회생 온 힘/우상화 등 상징조작도 강화김정일은 히틀러를 좋아한다. 히틀러의 저서 「나의 투쟁」을 베고 자고 주변에서는 그를 「총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김정일은, 패전국으로 폐허가 된 독일을 유럽 최강국으로 끌어올리고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인 히틀러에게서 자신의 역할을 생각할 지 모른다.
히틀러가 그랬던 것처럼 김정일의 최우선 과제 역시 만신창이가 되버린 국가경제를 회복 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주석이나 당총비서직을 승계, 파행적으로 끌어왔던 국가지도체계도 정상화 해야 한다. 지난해로 3년간의 경제 완충기가 끝났고, 7월8일이면 정상적 국가체계 운영을 유보시키는 명분이 됐던 아버지의 3년상도 끝난다.
김정일은 올해가 「자기 시대」의 원년 이라는 것을 주민과 외부에 알려야 한다. 지난해 추수기 후 1일 배급량이 기존의 두배인 4백50g으로 늘어난 것도 직책승계를 위한 분위기 조성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기업인과 해외 소식통들은 김정일이 지난해 말부터 경제개방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전한다. 해외에서 자본주의 수업을 받은 이른바 「붉은 자본가」 등 젊은 엘리트들을 전면에 내세워 그 결과가 곧 가시화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를위해 부동의 오른팔인 매제이자 당 조직지도부 1부부장 장성택(50)·청년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위원장 최용해(47)·외교부의 실세 외교부 1부부장 강석주(57) 등 소장파들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급진적 경제정책을 주장했다가 좌천당한 전 부총리 김달현(55)의 재기용도 점쳐지고 있다.
김정일은 중국의 충고와 해외정보망을 통해 남한의 대기업도 경제개발 모델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일이 북한 사회를 하나의 커다란 「경제 그룹」으로 간주, 체질 개선과 조직재편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선박·시멘트·에너지 생산과 아시아국가와의 경제교류 확대 등을 누누이 강조한 94년 7월6일 김일성의 유훈과도 맥을 같이한다. 북한 무역회사 관계자들이 최근 들어 「광명성그룹」 등 우리의 재벌에 해당하는 「그룹」이라는 표현을 쓰는 경향도 눈여겨 볼만하다.
고민거리는 군부다. 병영국가인 북한에서 군부가 우선순위에서 비군사 분야에 밀리는 것을 싫어 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일이 군에 경제개발이라는 목적의식을 주입시킴으로써 군의 건설일꾼화를 가속화 시키는 실험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금강산댐 공사 등에서 군은 가장 큰 공을 세웠고 당 지도부의 격려와 보답(승진 및 훈포장)을 받았다. 한 대북전문가는 『지난해 30회가 넘은 김정일의 군 관련기관 방문에는 자신과 군의 목표를 경제개발로 동일시하고 군을 그 동력으로 삼으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김정일이 나진·선봉 투자포럼의 우리측 참가문제나 잠수함 침투사건초기에 군의 강경입장을 수용한 것 처럼, 대남 관계에서 군의 입김을 외면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정일이 대남관계에서 당국배제 및 한미 이간화 전략의 연장선에서 군의 강경입장을 받아들여 협박과 무력시위를 되풀이 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일은 이와함께 경제개방에 뒤따를 주민들의 사상적 동요를 막기 위해 자신을 우상화하는 「상징조작」을 강화 해야만 한다. 2월16일의 꺾어지는 55회 생일이나 직책승계 시점에서 상징조작을 극대화 시킬 것으로 보인다.<박진용 기자>박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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