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피의 내전’ 마침표「유혈의 나라」 과테말라에 마침내 평화가 찾아왔다. 과테말라 정부대표와 좌익반군 「과테말라 민족혁명연합(URNG)」 대표들은 29일 하오(현지시간) 1,200여명의 각국 정상과 대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36년 내전의 종지부를 찍는 역사적인 평화협정에 공식서명했다. 이번 평화안은 내전의 공식종결과 URNG의 합법정당출범, 인권침해에 대한 진실규명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협정은 좌익반군에 합법적인 정치공간을 제공, 평화를 정착시켰다는 점과 남미국가들의 평화를 위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
과테말라내전은 54년 좌익계열의 야코보 아르벤스 대통령이 당시 과테말라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던 미국계 청과물회사 「유나이티드 프루츠」의 국유화를 시도하자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사주를 받은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시작됐다. 산악지대로 피신한 좌익세력들은 61년 중남미 최초로 군부내 좌익장교들과 과테말라 정부의 60%를 차지하는 인디오 원주민을 주력으로 마르크스주의를 공식강령으로 내건 게릴라 조직을 만들었다. 그러나 미국의 지원을 받은 군부는 산악지대 원주민들에 대한 무차별 학살을 자행하기 시작, 36년동안 15만명의 사망자와 5만명의 실종자를 낸 「피의 내전」으로 확산됐다.
이번 평화협상으로 평화의 기초는 다졌지만 앞으로 다가올 도전도 만만찮다. 우선 평화협상에 따른 극우세력의 불만을 무마시켜야 한다. 그들은 이미 우익민병대 95%를 해산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평화협정에 따른 우익민병대 해산에 어떻게 반응할 지는 두고 볼일이다.
두번째 과제는 협정에 따라 반군 3,000여명이 주택 교육 시민생활을 준비할 수 있는 재통합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어떻게 조달하느냐에 있다. 국민의 80%가 빈곤선상에서 허덕이는 상황에서 16억∼20억달러에 달하는 재통합비용에 대한 분담문제는 과테말라 정부로서는 큰 짐이 아닐 수 없다.
36년간의 내전을 끝내고 가난과 압제, 차별에서 벗어나려는 과테말라의 성공여부는 이 지역뿐 아니라 전세계 평화에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협상 주역들/연출 갈리,주연 아르수 대통령·URNG,후원 개혁군부
29일 체결된 역사적인 과테말라 평화협정은 알바로 아르수 대통령과 좌익반군 「과테말라 민족혁명연합(URNG)」,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 군부개혁가 콜로넬 오토노액의 5년여에 걸친 땀의 결실이었다.
아르수 대통령은 외무장관, 과테말라시티 시장을 지낸 사업가 출신으로 내전종식을 공약으로 1월 대통령에 당선됐다. 올 초 경제개혁에 착수, 방위비와 공무원급여를 대폭삭감했으며 군부의 지지속에 극우세력의 위협을 일축했다.
좌익반군 URNG는 61년 우익군사정권에 대항, 좌파군인과 인디오원주민을 주축으로 결정된 단체. 90년 처음으로 정부주도의 「국민화해위원회」와 협상을 통한 내전종식에 합의했다. 오랜 내전에 따른 국민의 염증과 정부의 평화의지를 간파한 URNG는 11월 내전에 관한 유감성명을 발표하고 협상을 재개했다.
이번 협정은 특히 31일로 임기를 만료하는 부트로스 갈리 총장의 역작이었다. 92년 과테말라 정부대표와 반군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냈으며 94년에는 유엔산하단체에 과테말라 우파정권이 자행했던 살인, 고문, 납치사례를 조사케하는 등 협상의 전면과 배후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오토노액은 군부내 개혁가로 군의 중립을 주장하며 정치군인들을 쫓아낸 인물. 좌파와의 협정에 대한 군부의 불만을 무마시키며 아르수대통령의 개혁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윤태형 기자>윤태형>
□평화협상 일지
▲94.3(멕시코시티)=과테말라의 인권상황을 조사할 유엔위원회 설치 합의.
▲94.6(노르웨이 오슬로)=과테말라정부, 난민 귀환 보장.
▲94.6(오슬로)=내전중 인권 침해를 밝힐 위원회 6개월간 활동 합의.
▲95.3(멕시코시티)=다수인종인 인디오에 대한 인종차별 금지, 인디오의 정부활동 참여보장 및 인디오 문화 존중.
▲96.3(멕시코시티)=농업은행 창설. 농민에게 토지소유 확대, 세금징수 개선.
▲96.9(멕시코시티)=군 병력수 감축 및 군사비지출 현재 3분의 1수준으로 삭감. 민간인의 군대지휘 금지. 민간인 순찰활동 금지.
▲96.12=협력협정 다수 서명. 내전종식 합의(오슬로), 헌법 및 선거법 개정(스웨덴 스톡홀름), 반군 사회복귀계획(스페인 마드리드).
▲96.12.29(과테말라시티)=평화협정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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