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지방선거 무효화선언과 재선거로 촉발된 세르비아공화국의 시위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시위사태에 침묵을 지켜온 일부 군부가 반 밀로셰비치세력에 지지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기 때문이다.반 밀로셰비치 시위를 주도해온 야당연합은 29일 세르비아 남부 및 남동부에 소재한 10여개 군부대 대표들이 대통령과 세르비아군 참모총장, 대학생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민주주의를 구하고 정의와 진실을 위해 나서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들 군 대표들은 이 서한에서 『필요하다면 우리는 국민을 진실로 이끌 것』이라면서 정치위기가 계속될 경우 정치에 개입할 뜻을 내비쳤다. 이들은 또 군참모총장에게 『세르비아군과 국민, 젊은 세대가 함께 미래로 나가자』는 군부의 의사를 밝힐 것을 촉구했다.
비록 일부이긴 해도 세르비아 군부가 시위사태 이후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밀로셰비치의 굳건한 지지세력이던 세르비아군부 내부에서 조차 반정부 시위대의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베오그라드에서 시위에 참가한 5만여명의 반정부 시위대들은 시내광장에서 군대표의 공개서한 발표를 듣고 축제분위기에 휩싸였다. 시위대들은 이같은 군부의 움직임이 밀로셰비치의 강력한 지지세력인 군부와 경찰, 언론이 자신들의 주장에 동참해올 신호탄일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들떠 『드디어 시작됐다』고 환호했다.
40일째 계속되고 있는 이번 시위사태가 국가비상사태 선포로까지 악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군부의 반정부세력 지지표명은 세르비아 사태를 더욱 긴박한 국면으로 몰고 갈 것이 분명하다.<조희제 기자>조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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