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 Kong Standard 12월28일자 사설한국에서는 김영삼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건 필사적인 도박을 감행함으로써 싸움터가 마련됐다. 홍콩을 비롯한 동북아의 여타지역은 서울에서 연출되고 있는 이 긴박한 드라마를 불안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대다수의 분석가들은 무리한 노동법 통과로 야기된 산업계의 소요가 장기화하지 않는 한 홍콩과 그밖의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한국의 새 노동법에는 다른 나라의 기업인들이 찬사를 보낼만한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평생고용개념에 종지부를 찍음으로써 한국경제의 숨통을 트려한 이번 시도가 좋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는 이 법안들이 통과된 방식에 역겨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여당 국회의원들이 국회안으로 잠입, 15개의 법안을 단 7분만에 통과시키는 일이 정말 필요했던 것일까.
한국에서는 크게 놀랄 일도 아니지만 야당지도자 김대중씨는 새벽의 이 무더기 법안 통과를 「쿠데타」라고 몰아붙이고 이들 법안에 대한 전면 무효투쟁을 촉구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한국초유의 순수 민선대통령이지만 그가 채택한 이번 전술은 과거군사정권의 그것과 유사한데가 있다. 그는 취임초 「안정속의 개혁」을 강조했다. 그러한 김대통령이 새 노동법과 함께 더욱 엄격한 안기부법까지 도입하여 안정을 모색하게 될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이들 법안의 통과로 보다 강화한 권력이 탄압의 잠재적 수단이 될 수 있다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반체제 출신의 대통령이 이러한 강권에 의존하게 됐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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