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새 비전·모델 찾아야”/지금 중대 고비지만 아직도 기회의 땅/통상현안 개방의지 있으면 문제 될것 없어/금리인하돼야 증시 활기·원화 달러환율 더 오를 것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31일자로 임기가 끝나는 조지 윌리엄스 주니어 회장후임에 30대의 젊은 금융인인 마이클 브라운 시카고은행 서울지점장을 내정했다. 주한 미 상의에도 세대교체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다. 브라운 회장내정자는 특히 주한 미 상의 금융서비스소위 공동위원장과 주한외국은행단체회장을 역임한 금융통이어서 우리나라의 금융시장개방과 관련, 그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브라운 회장내정자를 만나 그의 한국경제관과 사업계획 등을 들어봤다.<편집자 주>편집자>
□대담:이백만 경제과학부 차장
-축하합니다. 우선 소감부터….
『갑자기 큰 일(Big Job)을 맡게돼 얼떨떨 합니다. 한미양국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800여개의 사업체와 1,800여명의 회원 등 주한 미 상의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금융인출신이 주한 미상의의 회장으로 선출되어 금융시장개방문제가 주 이슈로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저는 금융인출신이지만 금융인 자격으로 회장이 된게 아닙니다. 저는 한국에 진출해 있는 미국기업들의 의견을 공정하게 대변할 것입니다. 금융개방압력과는 하등의 관련이 없어요』
-앞으로의 업무계획은.
『미 상의가 연례적으로 발간하는 「한미 무역 및 투자 이슈」보고서를 내년 봄까지 완결짓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국의 대미통상정책이나 시장개방상황 등을 상세히 소개하는 이 보고서는 미국정부나 기업들에게는 「대한통상을 위한 성경」으로 통합니다. 또 내년 3월에는 아시아지역 미 상의회장단과 워싱턴을 방문, 의회관계자들에게 한국경제의 실상을 설명할 것입니다. 특히 전경련의 외국기업 투자유치프로그램(Korea Caravan Program)에 참여, 내년초 미국동부지역을 순회하며 미국기업들에게 한국투자를 적극 권유할 계획입니다. 한국은 아직도 투자가치가 큰 곳이라는 사실을 미국기업들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겠습니다』
-외국기업들은 한국투자를 기피하고 있는데….
『한국의 투자여건이 나쁜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기업도 한국을 탈출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하물며 외국기업이 한국에 투자하려 하겠습니까. 한국이 더 발전하려면 외국기업들에게 매력있는 투자처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자본은 기회가 많은 쪽으로 흐르게 되어 있어요. 외국기업들이 한국투자를 기피하는 것은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다른나라의 여건이 상대적으로 더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러면 미국기업에 뭘 홍보하려 합니까.
『전체적으로는 한국의 투자여건이 나쁜 편이지만 분야별로는 투자유망업종이 적지 않아요. 정보통신 사회간접자본 엔지니어링 자본재산업 등…』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는.
『한국경제는 지금 중대한 고비에 와 있습니다. 저는 한국이 아직도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인들이 세계경제의 대세를 보고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리라 믿습니다』
-한국정부와 기업인 국민들에게 「훈수」를 해준다면….
『당면한 한국경제의 과제는 새롭게 한국적 경제발전 모델을 찾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너무 성급해서도, 지나치게 위기감을 느껴서도 안됩니다. 새로운 비전을 갖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한국의 금융산업이 상대적으로 낙후됐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금융전문가로서 그 원인을 진단한다면….
『은행도 기업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은행들은 기업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아요. 기업이 기업적이지 않으니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계기로 금융 등 여러분야에서 국제적 규범에 맞지 않은 제도와 관행을 고쳐나가고 있는데….
『규정 몇 개는 고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개방을 하려는 자세나 의지입니다. 한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행정규제완화도 같은 맥락 아닙니까. 마음이 없이 규정을 고친들 무슨 효과가 나겠습니까』
-통신장비구매 등 한미통상현안에 대한 의견은.
『개방의지만 확실하다면 문제될게 없어요. 한미통상현안의 상당부분은 이미 세계무역기구(WTO)협상에서 논의된 사항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통신장비구입문제는….』
-북·미간 정치현안이 마무리되어 미국기업의 북한투자가 활발해질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해 대다수 미국기업들은 북한에 대해 관심이 없어요. 북한은 너무 가난해 구매력이 없는데다 사회간접자본(SOC)은 얼마나 열악합니까. 임금도 싼 편이 아니고…. 차라리 중국에 투자하는 편이 낫지요. 다만 극히 일부의 특수업종에서 북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증권시장의 주가폭락으로 외국인들이 많은 손실을 봤는데… 한국 증권시장에 대한 전망은.
『글쎄요. (잠시 머뭇거리며) 한국 증권시장은 분석하기가 아주 어려워요. 중장기적으로는 낙관적입니다만…. 외국인들은 주식을 꾸준히 사고 있는데 한국기관투자가들은 기회있을 때마다 팔고만 있어요. 한국 증시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외국인이 아니라 바로 한국인 자신입니다. 증시가 이 정도로 폭락하면 상당수 외국투자가들이 철수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들이 한국증시를 떠나지 않고 있는게 정말 신기할 정도입니다』
-증시부양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는 뭐라고 생각합니까.
『금리인하지요.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주가가 뛰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다만 정부의 행정지도에 의한 금리인하는 의미가 없습니다. 시장메커니즘에 의해 금리가 떨이질 때에 비로소 주식시장에 활기가 돌 것입니다』
-원화가치가 폭락하면서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환율전망은.
『환율이 더 올라가지 않겠어요. 기본적으로 경제가 어렵고 국제수지가 나빠지는 상황에서는 자국통화의 가치하락은 피할 수가 없겠지요』
-국제수지적자 확대로 한국의 일각에서 외채위기론이 나돌면서 멕시코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데….
『한국에 멕시코사태가 날 것으로 우려하는 것은 그야말로 기우입니다. 멕시코와 한국은 경제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요. 국제수지적자확대가 큰 문제이긴 합니다만 그렇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한국경제는 아직도 가능성이 크거든요』
-한국에 대한 인상은.
『한국인들은 한마디로 매우 근면하고 성실하며 자신의 성공에 대한 집념이 아주 강한 것 같습니다. 이게 바로 한국경제를 성장시킨 밑거름이라고 봅니다. 다른 측면에서는 각계의 목소리가 아주 큰 것 같아요. 이해조정도 그만큼 어렵고…. 식당에서 만난 사람이든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이든 국제수지적자를 걱정하고 있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인은 정말 유니크해요』<정리=장학만 기자>정리=장학만>
□약력
▲58년 일본 도쿄(동경) 근교 요코스카 출생 ▲80년 미국 인디애나대 회계학과 졸업 ▲85년 노스웨스턴 대학 경영대학원 석사 ▲81년 시카고은행 입사 ▲85년 시카고은행 일본도쿄지점 신용조사부장 ▲87년 시카고은행 한국서울지점 부지점장 ▲91년 미국시카고은행 기업인수합병(M&A)그룹 부소장 ▲92년 시카고은행 호주법인 마케팅부장 ▲94년 6월 시카고은행 한국서울지점장 ▲96년 4월 주한외국은행단체회장 ▲96년 12월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 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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