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명작가 유진 이지/갱단 다룬 책 출간 앞두고 방탄조끼 입은채/목엔 올가미 씌워져 발견/‘자살인가 타살인가’『자살인가, 타살인가』
미국의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인 유진 이지(43)의 죽음이 미궁에 빠져 들고 있다.
지난 8일 정오 주말 쇼핑객이 들끓던 시카고 시내의 빌딩가. 이지는 마치 그의 소설에나 나올 법한 상황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방탄조끼를 입은 채 목에는 올가미가 씌워져 있었고 밧줄은 빌딩 14층에 있는 그의 사무실 캐비닛까지 연결돼 있었다. 캐비닛 옆에는 권총 한 자루가 나뒹굴고 있었다. 주머니에는 격투할 때 손가락 마디에 끼우는 쇳조각인 브래스 너클이 들어 있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지는 최근 2∼3년간의 슬럼프를 딛고 곧 새로운 책을 출간할 예정이었다. 친지들은 『이지가 시카고의 갱단을 다룬 이 책에 매우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의 죽음이 타살이라고 단정할 만한 단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자살로 보기에도 미심쩍은 구석이 너무 많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죽음이 그의 소설보다 풀기 어려운 미스터리에 휩싸여 있다고 생각한다.
경찰은 일단 이 사건을 자살로 보고 있다. 이지가 자신의 재기에 대한 주변의 관심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는 설명. 여기에다 이지가 책의 출간을 앞두고 초조해진 나머지 팬들의 환심을 사려고 「쇼」를 벌이다 죽음을 자초했다는 추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지의 친지와 가족들은 『10대의 두 아들을 끔직히 사랑했던 이지가 자살할 리 만무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지가 책 몇권 더 팔려고 자살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더구나 이지가 죽기 한달쯤 전부터 누군가에게 협박을 당해왔다며 타살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협박 때문에 아파트도 옮겼으며 잠을 잘 때도 방탄복을 입은 채 권총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타살 주장도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운동으로 단련된 강인한 체격의 소유자인 이지가 대낮에 올가미가 씌워져 창문 밖으로 내던져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지는 그의 소설의 주인공들만큼이나 터프하게 살아왔다. 고교 중퇴후 철강공장 노동자로 전전하다 한때는 육군 특수부대에서 근무했다. 그는 이후 독학으로 문학수업을 쌓아 「더 테이크」 「인베이전」 등 범죄소설을 써내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었다.<뉴욕=이종수 특파원>뉴욕=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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