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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사과,「이후」가 문제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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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사과,「이후」가 문제다(사설)

입력
1996.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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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강릉에 무장공비를 침투시킨지 100여일만에 사과의 뜻이 담긴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방지를 다짐하는 공식 성명을 낸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북한의 기피로 피해당사자인 한국은 참석 못했지만 10차례에 걸친 북·미협상에서 합의한 성명방식과 내용에 우리측의 요구가 대폭 반영된 것은 성과라 할 수 있다.어제 북한이 발표한 성명 내용은 완벽한 것이 아니다. 성명에서 「잠수함을 동원한 무장공비 사건」이라 하지 않고 단순히 「잠수함 사건」이라고 하고, 「침투」를 명기하지 않았으며 「사과」 대신 「유감표시」라고 한 것은 미흡하다 하겠다. 그러나 이번 성명은 지난 50여년간 저들의 도발행태와 관련, 휴전후 10여만건 이상의 불법도발행위를 하고도 한번도 시인 않던 북한이 처음으로 당국,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공식 시인하고 깊은 유감을 표시했으며 재발방지를 약속한 것은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시인·사과한 배경은 여러가지로 해석된다. 가뜩이나 심각한 경제난·식량난·에너지난으로 주민들의 동요기미까지 보이는 상황에서 잠수함 사건으로 대외관계, 특히 경협, 식량지원 등이 중단되고 테러국 이미지로 고립되어 어려움이 가중되자 어쩔 수 없이 양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성명발표로 북·미관계는 급진전될 게 분명하다. 미사일과 유해발굴협상, 무역제재일부완화, 그리고 연락사무소 개설작업을 서두르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성명발표로 남북관계가 빠른시일안에 획기적으로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나 흥분은 금물이다. 북한이 시인·사과와 재발방지를 다짐했다고 도발도 무장간첩침투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우리측은 중단됐던 경수로지원과 관련한 후속의정서에 서명과 함께 토지조사단을 파견하고 일부 경제협력과 적십자를 통한 식량과 구호품 지원 등 실무적인 업무를 재개하는 선에서 북한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장차 내부적으로는 시인·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선전하는 한편 체면유지를 위해 대남선동과 비방을 강화할 여지가 많다.

북한이 성명 말미에서 『한반도에서의 공고한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함께 힘쓸 것』이라고 한 것을 두고 여러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장 남북간의 대화재개 등 해빙이 이뤄질 것이라는 해석은 성급한 것이다. 북한은 대미간계가 정상화 될 때까지는 여전히 한국배제와 한·미간의 이간을 획책할 듯하다.

이제 정부는 북한의 시인·사과 등을 외교적 성과라고 홍보하고 자랑해서는 안된다. 엄격히 말해 잠수함 사건 이전으로 복원된 것 뿐이다. 이번 성명을 계기로 정부는 확고한 원칙아래 대북정책을 실효성 있게, 그리고 유연하게 펼쳐야 한다. 사과받았다고 일희하며 무작정 접근하지 말고 북한의 대남자세, 대화태도 등을 보아 식량지원과 나진·선봉 등에 대한 본격적인 경제협력을 추진시켜야 한다. 단순히 4자회담 설명회에 참석조건으로 식량원조를 하는 것 등은 당연히 삼가야 할 것이다.

이제 밖으로부터의 다각적인 지원도, 북한의 체제안정과 한반도의 긴장완화 모두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 또다시 도발을 재연할 경우 엄청난 대가와 고립, 그리고 체제균열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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