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경제성장에 비해 소외계층이 늘고 사회보장제도가 부족한 현실 속에 「뽀빠이사건」이나 비난할 여유가 없다. 93년 미국 구세군 예산은 6,000억여원이었는데, 자선냄비 모금액을 포함한 우리 구세군의 그 해 연간예산은 116억원이었다. 미국 구세군의 52분의 1에 불과했다.다른 분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심장재단 예산은 50억여원으로 2,000억원인 미국의 40분의 1, 적십자사 예산은 12분의 1, 보이스카웃예산은 30분의 1, 걸스카웃예산은 75분의 1 수준이다. 미국의 연간 민간자선금액은 약 104조원(1,234억달러)으로 그중 82%가 개인이 기부한 것이다. 이 돈은 46%가 종교기관에 돌아가며 교육에 12조원, 영세층지원에 10조원, 보건과 예술부문에 각 8조원, 공공사회편의에 4조원, 환경에 3조원, 국제지원에 1조4,000억원이 쓰인다.
우리 주위에는 병들고 가난한 소외계층이 많다. 알코올중독자 독거노인 장애인 결핵·에이즈·골수성백혈병환자 독립유공자가족 등 사회가 애정을 갖고 손을 내밀어야 할 사람이 500여만명에 이른다.
정부는 95년 복지원년을 선언했지만 미국 수준의 사회보장제도는 고사하고 내년 사회보장분야에 불과 전체예산의 6.3%인 4조2,000억원을 배정해놓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재원 조달의 중요수단인 세제개혁도 미흡하다. 살만한 사람들이 자선기부로 소외계층을 돕기는 커녕 퇴폐·향락문화와 과시성 소비행태로 상대적 박탈감까지 조장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국민소득과 인구수로 미국과 단순대비해 보면 우리도 전국민 1인당 평균 10만원(총 4조원), 유산기증 1조7,000억원, 기업 1조원 이상의 자선헌금이 가능하다. 현재 전인구의 2∼3%라는 자원봉사자수도 10배 가까이 늘릴 수 있다.
우리사회에 이웃사랑의 노력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또 우리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아름다운 풍속을 가진 민족이다. 숨가쁜 산업화과정에서 잃어버린 자선헌금문화를 연말 1회성이 아닌 방법으로 시급히 재개발해야 한다.
국회는 한시 바삐 기부금품 모집금지법을 민간주도형으로 개정하고 미국처럼 자선헌금에 대해 세제혜택을 주고, 또 지정단체에 약정한 기부금액이 기업임직원의 봉급에서 자동지출될 수 있는 제도를 개발해야 한다.
또한 미국의 민간자선헌금 및 분배단체인 「유나이티드 웨이」와 같은 공익기관이 필요한데, 관변조직이 아니라 몇년전 50여개의 민간단체협의회가 설립한 시민단체지원기금(회장 이세중)을 확대개편,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이 좋다. 언론사도 자선헌금문화의 분위기를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J.D.록펠러는 일찍이 『어려움을 당한 사람에게 세계에서 가장 관대한 사람은 매우 가난한 사람들이지만 최고소득층은 예외』라고 말했다. 중산층들은 이 말의 의미를 음미해 보아야 한다. 자선기부와 자선봉사 문화를 개발하지 않고는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실장>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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