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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과 세기말/이기창 문화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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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과 세기말/이기창 문화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6.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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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년이 저물면서 대망의 21세기도 4년 남짓하다. 벌써 유럽과 미국등에서는 1999년 12월31일 밤 12시 「밀레니엄(Millennium·1,000년)」파티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유명 레스토랑과 대부분의 명소는 예약이 이미 끝났다고 외신은 전한다. 21세기의 시작은 2001년부터 이기에 밀레니엄파티는 상혼이나 사람들의 착각에서 비롯됐지만 그래도 이러한 소식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설렘을 반영한다. 한 세기전 서구를 풍미한 세기말의 데카당스(퇴폐)한 풍경과는 사뭇 대조를 이룬다. 세기의 바뀜은 고작 100년 단위로 이뤄진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발딛고 사는 20세기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1901년으로 출발한, 19세기에서 20세기로의 진입이 100년 단위였음에 비해 2001년에 시작되는 21세기는 1,000년 단위의 바뀜이자 지나간, 그리고 다가올 1,000년의 분수령이다.이같은 바뀜은 기원 원년을 제외하곤 지금까지 1001년 단 한 번 있었을 뿐이다. 유대교의 메시아사상에 뿌리를 둔 밀레니엄은 예수가 재림해 지상을 통치하는 신성한 기간으로 문화의 황금시대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세기말은 한 세기의 끝이라는 의미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짙은 허무와 퇴폐가 그 말에서 묻어나온다. 세기말이 내뿜는 부정적 이미지는, 특히 19세기말의 데카당스적이며 허무적인 시대사조와 맞닿아 있다. 원래 데카당스는 하나의 문명이 정점을 지나 쇠퇴기로 접어드는 과정을 설명하는 어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서구인들은 과거처럼 미래의 불확실성에 고민하기보다 능동적이고 낙관적 자세로 21세기를 맞는 듯하다. 미래를 준비해온 자신감과 사회 구성원간의 신뢰가 그만큼 탄탄하다는 느낌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현재 우리 사회는 총체적 위기로 진단되고 있다. 황금만능주의만이 전통 가치관과 덕목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나만 편하고 잘살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이웃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하는데 갈 수록 익숙해지고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 세기말적 증상만 눈에 띈다. 언제까지 표류해야만 하는가. 모두 한 번쯤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새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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