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한 현실이해·도식적 전개/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모습 등/본질에 대한 탐색작업 부족『우리의 젊은 소설들은 서른도 채 넘기지 못한 시점에서 항상 인생을 다 살았다는 과장스러운 전망에 사로잡힌다. 이는 분명 조급하게 조장된 청춘의 필연적인 조로현상이다』
문학평론가 김경수(서강대 강사)씨가 월간 「문학사상」 1월호에 「일군의 젊은 여류작가들이 빚어내는 조로와 퇴행적 소설의 범람」이라는 최근의 여성소설 비판론을 발표했다. 김씨는 여기에서 올해 장편소설 「푸르른 틈새」와 「식빵 굽는 시간」으로 각각 등단해 평단과 독자로부터 주목받은 권여선씨와 조경란씨의 글쓰기를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80년대 말의 대학을 배경으로 한 여자 주인공의 성장소설인 「푸르른 틈새」에 대해 김씨는 『한번도 정격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특수성, 외곬의 세계관이 의심의 여지 없이 강요되기도 했던 대학사회였기 때문에 그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푸르른 틈새」의 주인공의 현실 이해는 독서체험에만 의존한 미숙한 것으로 읽힌다』며 『(작가가) 전적인 앎의 상태에 도달했다고 믿는 경박한 현실논리와 이야기논리의 기계적 도식이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심심치 않게 목도된다』며 작품적 치열성의 부족을 비판했다.
회고를 통한 성장기의 반추라는 같은 주제의 「식빵 굽는 시간」에 대해서도 김씨는 『사회적 현실을 괄호 속에 넣고 자신만의 세계 속에 갇혀 있겠다는 소극적 태도를 드러내는, 주인공의 인물화에 실패한 작품』이라고 해석했다.
김씨는 『글쓰기의 방법이 세상읽기의 집요함과 맞아 떨어지지 않을 경우 성장소설은 제스처에 불과하다. 성급한 글쓰기의 욕망이 소설의 조로를 초래하고, 인물의 퇴행을 야기하며, 오히려 여성소설의 여성에 대한 본질적 탐색을 가로막는다』고 말한다. 올 문단의 페미니즘 논란, 「성감대 문학」논의와 관련해 김씨의 주장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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