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쉬워지나 파업권은 위축/무노동무임금·대체근로 등 단결력 저해/전임자 임금 부담 업종별 통폐합 불가피개정노동법은 노동조합의 활동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의 설립과 운영은 과거보다 훨씬 쉬워지나 노동쟁의에는 많은 제약이 따르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노조의 조직형태와 운동방식까지 바뀔 전망이다.
이번 노동법 개정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우선 내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 때부터 ▲파업기간에 무노동 무임금 ▲쟁의사업장 대체근로 허용 ▲노조위원장에게 협약체결권부여 등 노조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규정이 적용돼 노측의 쟁의행위가 크게 위축된다는 점이다.
무노동무임금은 지금까지 노동부의 행정지도사항이었지만 노조가 임·단협과 관련 파업을 할 경우 상당수의 기업들은 격려금이나 장려금명목으로 파업기간의 임금을 편법으로 지불해 왔다. 그러나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명시됨에 따라 근로자들의 파업참가에 상당한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게 됐다.
대체근로허용도 같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동일 사업내에 여러 사업장이 있는 기업은 앞으로 한 공장에서 파업이 발생하면 다른 사업장의 근로자를 데려다가 공장을 가동시킬 수 있다. 또 노조위원장에게 협약체결권을 부여함으로써 노사간에 단체협약이 체결됐더라도 번복을 요구하는 일부 조합원들의 주도로 농성이나 파업 등이 계속되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해고근로자의 조합원 자격을 대법원 판결 때까지 인정하던 것을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 때까지 앞당긴 것도 노조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다. 불법파업 등이 곧바로 해고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노조 조직이 현재의 기업별에서 산업별노조체제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요인은 5년 후부터 적용되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규정. 이 규정은 조합원수 1,000명 미만의 중소사업장 노조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노동계는 분석하고 있다. 지난 해 6월말 현재 노조 전임자수는 4,309개 노조에 1만1,041명(노동부 추정). 또 전체 노조의 96.5%인 4,160개 노조가 조합원수 1,000명 미만이며 이 중 2,336개 노조는 조합원이 100명도 채 안되는 소규모 노조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기업이 부담해오던 전임자의 급여를 노조원들의 조합비만으로 충당해야 할 경우 조합원수 1,000명미만의 노조 중 상당수는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위해 허용한 조합비 상한선 폐지로 조합비가 인상될 경우 조합원의 노조가입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개별기업단위로 운영되던 노조가 노동운동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대거 산업별, 업종별로 통·폐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기업별 노조는 산별노조의 지부로 흡수된다. 노조가 살아남기 위해 택할 수 밖에 없는 이러한 노동조직의 변화는 재정 자율성 확보와 조직 강화로 이어져 보다 합리적인 노동운동 방식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3년후 상급단체 복수노조, 5년후 단위기업 복수노조 허용으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 양분된 노동계의 경쟁이 가속화하고 세력판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남경욱 기자>남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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