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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되는 러·중 「동반관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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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되는 러·중 「동반관계」(사설)

입력
1996.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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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펑(이붕) 중국총리의 러시아 방문은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정상집무를 시작한 후 첫번째 외국 수뇌급 인사와의 만남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것은 러시아가 중국과의 관계를 그만큼 비중있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며, 따라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우리의 관심도 과거와는 달라져야 할 것임을 의미한다.옐친은 재선후 건강이 악화해 지난 6개월동안 사실상 대통령으로서 집무를 하지 못했다. 목숨을 건 심장수술이 다행히 성공해 크렘린궁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아직은 조심해야 할 상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이나 유럽 각국, 일본 등 서방 강대국 정상들과의 회담을 미뤄둔 채 중국총리를 먼저 만난 것은 양국간 현안에 그만한 긴박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회담의 의제를 보면 러시아쪽은 주로 경제, 중국은 정치적 측면에서 서로 주고받을 것이 있다는 데 양측의 이해가 합치된 것 같다.

러시아는 지금 방대한 재정적자 때문에 각종 연금과 군인 공무원 국영기업 종업원 임금이 5∼6개월씩 체불돼 국민의 불만이 폭발 직전에 와 있다. 이를 해결하자면 해외로부터의 현금차관이나 수출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현금차관은 주로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서방 각국의 원조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급한 불을 겨우 수습해 갈 수 있을 뿐이다. 러시아는 이 때문에 무역확대 가능성이 무진장한 중국시장에 욕심이 나는 것이고, 이번 회담에서도 당장 몇가지 큰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우선 30억∼40억달러 규모의 장쑤(강소)성 원자력발전소와 삼협댐 건설에 러시아가 참여하는 문제, 최신형전투기 수호이 27과 잠수함 등 무기수출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양국간의 국경경비병력 감축문제도 중앙아시아 각국과의 연석회의에서 타결돼 막대한 군사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 수뇌부는 중국이 그 경제규모로 볼 때 미국과 함께 21세기를 주도해 나갈 강대국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장기적인 전망이 양국간의 관계를 긴밀하게 하는 기본요인이지만, 중국 쪽에서도 러시아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신미일관계를 기반으로 압박해 오는 미국에 대항해 중국이 동아시아에서의 정치적 위상과 경제이익을 지키자면 핵대국 러시아와의 「전략적 동반관계」 (중국전인대외교원칙)는 어쩌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필연이라 할 수 있다.

리펑 총리의 이번 러시아방문이 이처럼 동아시아에서 양국공동이익을 확고히 발전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본다면, 우리로서도 이같은 움직임에 무심할 수 없다.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가 논의될 때 우리가 중국―러시아 관계에 대한 고려 없이 과거처럼 미국일변도 외교만으로 우리의 이익을 지켜 나가는 일이 가능할지를 생각해 보면 그 해답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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