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왕복외교 협상재개 ‘물꼬’연말 국제외교무대에서 가장 바쁜 사람중 하나가 데니스 로스(48) 미국 중동특사다. 93년 현직에 임명돼 중동 평화협상의 줄기를 짜왔으나 한동안 「개점휴업」상태에 빠졌던 그는 최근 다시 워싱턴과 예루살렘, 가자지구를 분주히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개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같은 로스의 행보는 2기 행정부 구성을 마친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중동 평화 만들기」구상이 구체화하고 있는 증좌이다.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국내 유대계 지지표를 의식해 균형있는 중동정책을 채택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클린턴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비로소 자신의 소신을 펴려 하고 있으며 이같은 의도가 로스의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로스의 활동은 이미 구체적 성과도 내고 있다. 벤야민 네탄야후가 이스라엘 대통령이 된 이후 파행을 거듭한 헤브론 문제의 연내 해결이 가시화하고 있다. 유대교와 회교도 양측 모두의 성지인 헤브론시의 이스라엘군 철수문제는 평화협상 진전을 가로막아온 최대의 장애물이었다. 네탄야후의 「철수 불가」강경입장에 맞서 고조된 아랍권의 불만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시리아, 이집트와의 관계악화도 가져왔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 전운이 다시 감돌았다.
여기에 돌파구를 연 이가 협상의 베테랑인 로스이다. 48시간 왕복외교 임무를 띤 로스는 21일부터 예루살렘과 가자를 연쇄 방문, 네탄야후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과 담판했다.
그의 주머니에는 양 지도자에게 협상 재개를 강력히 촉구하는 클린턴 대통령의 서한이 담겨 있었다.
힘을 더한 로스는 이 기세를 몰아 워싱턴 중동평화 정상회담 개최도 계획하고 있다. 신정부 출범후인 내년 2월께 열릴 이 정상회담에서는 클린턴의 평화구상이 윤곽을 드러내며 동시에 평화협상도 가속이 붙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로스가 꾸는 신년소망도 같은 것이다.<윤석민 기자>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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