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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대한 환상서 벗어날때/송태권 파리특파원(특파원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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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대한 환상서 벗어날때/송태권 파리특파원(특파원 수첩)

입력
1996.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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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많은 한국인 관광객이 프랑스를 다녀갔다. 가족단위의 단체관광, 신혼여행, 젊은 배낭족, 해외시찰 목적의 직장인 등 각계각층의 한국인들이 2박3일에서 길게는 1주일간 파리와 근교를 둘러보았다. 한 여름 에펠탑 개선문 샹젤리제 베르사이유궁전 등 관광명소는 한국사람들로 붐볐다.서구의 문화역사를 증거하는 유적들, 프랑스의 영광을 자랑하는 찬란한 기념물, 유명 브랜드의 장신구로 장식된 상점가, 잘 다듬어진 시내조경 등을 보며 『서정과 낭만, 예술이 흐르는 멋진 나라』라고 감탄하면서 한국인들은 프랑스에 대한 「환상」을 간직한 채 발길을 돌렸다.

한국인들은 귀국 후에도 프랑스를 몽롱한 시선 속에 간직하는 듯 하다. 미국이나 일본 중국 러시아를 관광하면서 현실감각을 얻게 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아쉬운 것은 루브르박물관의 소장 예술품들을 부러워하면서도 우리의 「고문서건」에 대해 궁금해하는 한국인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고문서건을 기억하느냐고 물어보면 『아, 그런게 있었지』 하는 정도다. 프랑스가 구한말 약탈해간 규장각 고문서를 돌려주기로 약속한지가 3년이 흘렀고 전혀 진전이 없는데도 우리국민들은 이를 까맣게 잊고 있다.

프랑스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 무슨 큰 선물이나 하는 것처럼 고문서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이런저런 핑계만 대고 있을 뿐이다. 고문서 반환약속도 따지고 보면 고속열차 TGV를 우리가 구입키로 한 데 대한 반대급부 이상이 아니다.

프랑스는 분명 우리처럼 전통과 문화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예술적 토양이 썩 비옥하지 못했던 사회에게는 매력을 지닌 나라다. 그러나 이런 것에 마냥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미국과 일본을 보듯 이제는 이 나라에 대해서도 보다 현실적이고 냉철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 세계화로 국경없는 경제전쟁이 가열되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주장해야할 권익이 커지면서 「환상의 나라」 프랑스와 우리나라 간에 「시장의 이해」가 엇갈릴 수 있는 부분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대우전자가 프랑스의 간판급 국영회사인 톰슨 멀티미디어사를 인수키로 했다가 프랑스정부가 당초 결정을 번복하는 바람에 무산된 사례는 양국관계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이 사건은 프랑스하면 안개에 젖은 에펠탑을 떠올리는 식으로 환상적, 감상적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점을 일깨워 주고 있다.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협상과정에서도 프랑스는 결코 「우군」이 아니었다.

한 해가 저무는 지금, 파리에서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이런 면도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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