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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산지석/정재룡 사회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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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산지석/정재룡 사회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6.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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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처리장 건설을 1년여동안 저지해오던 주민들이 건설예정부지 상당부분을 공동으로 사들여 「원천봉쇄」에 나섰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우리의 자치능력을 곱씹어 보게 된다.환경운동가 출신이 시장인 경기 의왕시는 시 전체 면적의 90%이상을 그린벨트가 차지하는 자연조건을 최대한 활용, 세계연극제를 개최하려다 의회와 환경운동단체의 반대로 무산돼 안타까움을 샀다. 반대의 표면적인 이유는 환경파괴와 소요예산에 비해 실익이 없다는 것이었으나 대화부족이 큰 원인이었다. 단체장이 의회 환경단체와의 대화를 통한 설득보다는 광역단체에서 예산따기에 열중하다 감정적인 반발을 더해 예산을 전액 삭감당했다.

일본 도야마(부산)현의 인구 1,000명이 조금 넘는 산골의 자치단체인 도가(이하)촌은 82년부터 도가페스티발이라는 세계연극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오고 있다. 의왕시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이 작은 자치단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끈질긴 대화를 통한 반대 주민들 설득이었다. 설득의 결과는 열성적인 참여였고 첫 연극제에 인구의 13배에 가까운 사람들이 국내외에서 몰려드는 성황이었다. 이후 연극제 외에 봄 가을 겨울에도 축제를 열어 외지인을 불러들이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이 아니라 산골의 특성을 살린 것들이다. 세계연극제를 처음 개최하면서 내건 슬로건은 「세계는 일본만이 아니다. 일본은 도쿄(동경)만이 아니다! 여기 도가촌에서 세계와 만나자」였다.

우리나라 자치단체들의 시정(군정)목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잘사는」 「주민과 함께하는」 「화합」 등이다. 그러나 출범 1년6개월이 지난 지금 주민들은 『나아진 게 없다』고 말한다. 자치단체들은 『정부지원이 적다』 『주민 협조가 안된다』 『권한이 없다』는 등의 불평을 늘어 놓는다. 사업도 차기를 노린 전시성에 선심성이 많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도 작은 손해를 용납하지 않는다. 나눠먹기식이니 제대로 된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새해에는 껍데기구호를 버리고 주민속으로 파고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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