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방송, 성탄특집 방송」 「경영일선 물러난 한라 정인영 회장」 「미 백만장자 상상과는 달리 검소」―불경기 등으로 무겁게 가라앉은 세밑 분위기속에서 어렵게 찾아낸 세가지 밝고 아쉽고 놀라운 뉴스다. 불우이웃에 대한 온정의 손길조차 멀어진 상황에서 이런 뉴스는 한줄기 따사로운 햇빛과도 같다.불교방송이 성탄특집을 마련, 방송한 것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종교간의 관계를 떠올리면 거의 생각할 수도 없는 파격적인 일이다. 모든 종교가 사랑과 자비를 추구하면서도 타종교에 대해서는 무서울 정도로 배타성을 발휘해 왔다. 이를 뛰어넘어 기독교의 명절을 축하한 불교방송의 자세는 앞으로 종교간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밝은 뉴스다.
한라그룹의 정인영 회장의 은퇴는 그가 깨끗한 기업인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그는 뇌졸중과 애써 일군 기업을 신군부에게 빼앗긴 아픔을 기적적으로 떨치고 일어난 「오뚝이 회장」으로 유명하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다른 재벌총수와는 달리 권력에 야합하지 않은 의연한 기업인이란 점이다. 비자금사건 때도 30대 재벌총수중 그만이 검찰의 소환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노후를 축복받을 만하다.
「미 백만장자 검소한 생활」이란 뉴스는 토머스 스탠리 박사가 23년동안 연구한 결과다. 현재 미국의 「보편적인 백만장자」들은 뜻밖에도 헌 차를 굴리고 2억7,000만원 정도의 집에서 산다. 절대로 수입이상으로 지출하지도 않고 이웃사람에게 지지 않겠다고 교만을 떨지도 않는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분수를 모르고 날뛰는 우리의 졸부들과는 생활철학이 다른 것이다.
이상의 「세밑 3대 뉴스」는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고 세밑을 훈훈하게 해주는 느낌이다. 새해엔 보다 돈독한 종교간의 사랑으로 우리 사회를 감싸고, 깨끗한 기업인들이 많이 나와 구렁텅이에 빠진 우리 경제의 회생을 주도하며, 「졸부」들도 이에 발을 맞춰 검소한 생활로 과소비 풍조를 몰아내는데 앞장서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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