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속화하고 있는 국내 의류회사들의 광고 해외제작 붐은 파리의 패션계에 패션소비국(?)으로서의 한국을 재인식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70∼80년대 뉴욕과 파리의 패션광고계에 뜻밖의 호황을 몰아다 준 것이 일본이었다면 90년대는 무리한 광고제작비를 요구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한 일본 대신 「아직 뭘 모르는」 한국이 「봉」노릇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실제로 이미 파리와 뉴욕의 패션광고계는 비상한 관심을 갖고 수시로 한국시장을 방문하고 있다. 한국인 직원을 고용하여 한국만을 전담하는 업체까지 등장하였다. 이런 현상은 세계화를 지향하는 패션계의 큰 흐름 속에 우리 패션도 점차 세계의 벽을 허물기 위해 거치는 한 과정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해외제작 광고가 정보부족과 현지 대행사의 횡포, 무리한 일정으로 인해 비싼 해외제작비를 들이고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외국모델을 써서 외국사진작가가 찍은 광고라는 것에 만족하고 자위하여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에서 나오는 여성패션지에 범람하는 그 많은 해외제작 패션광고 중에는 『이런 광고를 왜 비싼 외화 낭비하며 해외에서 제작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수준 이하도 많다.
「한국=돈줄」이라는 인식은 출처불명의 소문에서도 끔찍하게 확인된다. 파리 패션광고계에는 한국의 모업체가 뉴욕에서 카탈로그를 제작하면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파리에서 콩코드로 태워갔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해외제작 광고의 역기능이 만만치 않은 셈이다.
세계의 패션문화가 바로 지금 이 시간에 한국에서도 교류하는 시대에 이런 과정들은 어쩌면 세계화를 위해 한 번은 넘어가야할 관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확한 사전정보와 합리적인 제작기간을 통해 국내 패션광고계에 자극을 줄 만한 훌륭한 작품이 나와야만 할 것이다. 아울러 해외제작 붐이 우리 패션사진작가들의 해외진출에 초석으로 작용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심우찬(진태옥 파리 실장)>심우찬(진태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