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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편의 앞선 인권보호(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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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편의 앞선 인권보호(사설)

입력
1996.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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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공판에 앞서 사건의 증인을 불러 판사 앞에서 신문한 검찰조서를 증거로 인정하는 제도(공판전 증인신문제도)가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은 너무 늦은 감이 들 정도로 당연한 일이다. 유신헌법 당시인 73년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면서 수사편의를 위해 도입한 이 제도는 그동안 인권유린 요소가 있다고 해서 위헌시비가 끊임없었다.이 헌법소원의 계기가 된 사건의 경우처럼 뇌물을 받은 증거는 없고 받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만 있을 때 검찰은 1회공판에 앞서 목격자(증인)를 불러 판사 앞에서 목격담을 조서로 만들어 이를 증거로 활용하게 된다. 피의자측으로부터 부탁을 받거나 인정상 진실을 밝히기 어려운 증인의 심리작용으로 피의자가 출석하는 공판정에서 사실대로 말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참작한 제도이다.

이는 피의자를 처벌하는데는 편리하지만 변호인도 없는 자리에서 이루어진 증언만으로 유죄가 인정되는 피의자측에게는 분명히 인권침해가 되는 제도이다. 우리 헌법은 누구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공정한 재판이란 사건에 관련된 모든 증거자료는 반드시 공개된 법정의 법관 앞에서 조사 또는 진술되고, 이에 대해 피고인이 공격 방어할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이 무엇보다 의의를 갖는 것은 인신구속을 신중히 하려는 사법당국의 일련의 노력들과 궤를 같이 하기 때문이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은 인권유린 요소를 없애기 위해 수사절차상의 인신구속에 관한 법적 통제장치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이 법 시행에 대비해 대법원은 지난 11월 구속영장 실질심사제 도입, 피의자 및 피고인의 방어권 확대 등을 골자로 형사소송규칙을 개정했다. 이달 18일에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인신구속 사무처리요령」이라는 세부 시행방법을 정했고, 영장 실질심사를 담당할 전담판사 22명을 발표했다. 도주우려가 있어도 보증인만 있으면 구속하지 않는 일본,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도 심하지 않으면 구속하지 않는 독일 등 인권선진국들의 사법제도와 관행에 비견할 만하다.

문제는 이런 제도와 장치들이 초래할 수사상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일이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뇌물사건처럼 받은 증거가 없을 때, 이번 아가동산 사건처럼 혐의는 분명해 보이는데 결정적인 물증이 없을 때 피의자를 처벌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이런 추세를 전제로한 수사기법 개발과 현행제도의 활용방안 모색 등에 더욱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가령 공판전 증인신문제도와 같은 효력을 지닌 증거보전 절차를 잘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증인의 사망이나 장기여행 등 증인신문이 불가능한 경우로만 한정된 이 제도를 부분적으로 손질하거나 활용도를 높이는 방법도 참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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