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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기는 이제 그만/이병규 정치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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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기는 이제 그만/이병규 정치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6.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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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의 해인 97년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자 화제는 온통 대권이다. 누가 여권의 후보가 되고 야권의 후보가 과연 단일화될 것인가를 놓고 온갖 주장과 전망이 만발한다.이 와중에서 어김없이 불쑥불쑥 나오는 얘기가 『누구쪽으로 줄을 서야 하느냐』는 어이없는 물음이다. 정치권인사나 대통령선거가 자신의 이해와 맞물려있는 사람의 경우 특히 그러하다. 줄서기는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나 판단을 배제한채 오로지 눈치나 세 저울질로 시류에 영합하는 선택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기야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대선과 같은 결정적 시기에 줄 한번 잘못 섰다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는 경우가 없지 않았던게 우리 현실이다. 여기에다가 대권으로 상징되는 정치권력이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른다는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많다.

정치에 쏟아붓는 기회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걱정이 나오지만 현실은 이와 딴판이다. 나라 전체가 또다시 대권홍역을 치러야할 판국이다. 주권자가 자기손으로 나라를 이끌어 갈 사람을 뽑는데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그 도가 지나치다. 선거가 아니라 이익집단의 대항전을 치르는 모습이고 후보진영은 사생결단에 임하는 자세다. 승자진영이 모든 영광과 가치를 독차지 해 버리고 패자진영은 회복하기 힘든 수렁에 빠진다.

흔히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한다. 룰이 지켜지는 가운데 승자는 겸양을 베풀고 패자는 결과에 겸허히 승복하면 선거가 축제도 될수 있다.

우리나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나라답게 선거의 품격을 한단계 높일 때도 됐다. 줄서기 같은 구태를 되풀이 하지 않는 것도 이를 위한 한 방편이다. 80년초 한국에서 근무한 미국의 고위관리가 우리국민성에 들쥐근성이 있다고 말했다가 강력한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왕쥐가 선도하면 줄을 지어 무조건 따라가는 들쥐의 모습이 우리국민의 자화상일 수도 있다는 뼈아픈 지적 이었다. 「들쥐논쟁」이 있은지 벌써 16년이 지났다.

이번에도 줄서기 같은 짓이 되풀이 된다면 또다시 「들쥐논쟁」이 재연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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