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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권위의 양서축제­저작상·제작상/제37회 한국출판문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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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권위의 양서축제­저작상·제작상/제37회 한국출판문화상

입력
1996.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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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출판문화상은 그 어느해보다 뜨거운 심사위원들의 난상토론과 심사숙고 끝에 수상작을 내놓았다. 저작상부문에는 「독도의 민족영토사 연구」(신용하·지식산업사) 「한국량형론」(이영란·나남출판) 「영남학파의 형성과 전개」(이수건·일조각) 「현상학」(한전숙·민음사) 「조선후기 사회와 소원제도」(한상권·일조각) 「조선시대사상사연구론고」(한우근·일조각) 「일제강점기 도시화과정연구」(손정목·일지사) 「정창원 소장품과 통일신라」(최재석·일지사) 「메를로-뽕띠와 애매성의 철학」(김형효·철학과현실사) 등 9건을 후보로 올려 검토한 끝에 ▲연구의 독창성 ▲학문적 기여도 등의 관점에서 「독도의 민족영토사 연구」와 「한국양형론」을 영예의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출판상으로는 전집부문에 「한국현대대표소설선」과 「조지훈 전집」을 선정하는 등 11개 부문 22종을 뽑았으며 제작상에는 일지사를 선정했다.<편집자 주> □영예의 저작상 수상 2인

◎‘독도의 민족영토사 연구’ 신용하 교수/일본 영유권 억측 실증자료통해 논파/“올초 출범 독도학회 재정난 가슴아파”

신용하(59)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저서 「독도의 민족영토사 연구」가 한국출판문화상 저작상을 수상한 의미는 각별하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 영토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학문연구가 현실사회에 어떻게 접목돼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전범이기 때문이다.

신교수는 『졸저를 높이 평가해주신 심사위원에게 감사하고 탁월한 저작을 출품한 다른 연구자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라며 겸손해 했다. 그러면서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8차례 도전 끝에 수상했다는 말에서는 기쁨이 묻어나온다.

「독도의 민족영토사연구」는 독도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역사를 개괄한 1부, 512년 독도가 신라에 병합된 뒤 18세기까지 양국의 실증자료를 토대로 독도가 한국영토라는 사실을 정리한 2부, 메이지(명치)유신기인 19세기 중엽부터 1905년 일제의 본격적 독도침탈까지를 분석한 3부, 52년부터 76년까지 영유권논쟁의 경과를 재검토하고 일본측의 억측을 실증자료로 논파한 4부로 구성돼 있다. 1877년 울릉도와 독도를 한국영토라고 밝힌 일본내무성의 공식문서와 18세기 일본지도 「총회도」 등 최초 발굴자료는 독도영유권 문제가 뜨겁게 달아올랐던 지난 여름 양국에 큰 파장을 가져오기도 했다.

신교수는 독도연구를 시작한 이후 20여년간 많은 고초를 겪었다. 70년대 중반 자료수집을 위해 일본을 왕래할 당시만 하더라도 일본학자들의 도움도 받았지만 81년 첫 논문 「독도문제 재조명」(한국학보 24집)이 발표된 뒤부터는 협조가 끊겼으며 일본대사관 등서 자료입수 경위를 밝혀달라는 요청을 해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는 정년을 6년 남긴 현재 매년 5책씩 30여 책의 연구논문을 묶어 펴내기 위한 작업으로 분주하다. 저작집 정리작업과 함께 새로운 연구도 병행할 계획이지만 독도문제에 대한 한국학계의 공동대응을 위해 신교수가 회장을 맡아 올해 초 출범시킨 독도학회가 재정난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이 자못 가슴아프다고 말한다. 신교수는 『연구에 정년은 없는 만큼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연구·저술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경제학석사, 사회학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한국민족독립운동사연구」 「한국근대사회사연구」 「동학과 갑오농민전쟁연구」 등의 저서를 내놓았다.<최윤필 기자>

◎‘한국양형론’ 이영란 교수/우리나라 양형제도 문제점 철저 해부/법리연구에 과학적 통계도입 개척자

『영광입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공부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연구에 정진하겠습니다』 저작상 수상자로 선정된 숙명여대 이영란(47·여·형법학) 교수는 방학을 맞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 체류중 수상소식을 듣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수상작인 「한국양형론」은 우리나라 양형제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분석한 9편의 논문을 한데 모은 책으로 양형연구방법론을 과학화하고 양형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노작이다.

이 책에 수록된 논문들중 「형사소송에서 변호사 선임이 형량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같은 사기죄라도 법관에 따라 형량 차이가 크다」 등의 내용은 발표 당시 법조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교수가 양형론연구에 뛰어든 이유는 우리의 법현실을 제대로 파악해야 훌륭한 정책과 입법이 나올 수 있다는 소신때문이었다. 「양형실태에 대한 경험적 연구」라는 부제처럼 일정기간의 판례를 카드화한뒤 컴퓨터에 입력, 통계학을 이용한 실증적인 방법으로 양형제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이교수는 10여년전부터 통계를 이용해서 양형론을 연구해온 이 분야의 개척자로 처음 2년정도는 자료수집의 어려움과 주위의 따가운 시선때문에 고생했다.

형량결정은 법관고유의 재량권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던 당시 법원의 작은 구석방을 빌려 눈치보며 묵묵히 연구한 성과물이어서 수상의 의의는 더욱 크다. 또 법리적 연구와 수학적 통계가 겸비돼야 하는 연구여서 이분야의 연구에 종사하는 학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한국양형론」은 「양형연구의 중요성」 「양형의 결정요인 1, 2, 3」 「선거사범에 대한 양형연구」 「한국여성유권자의 선거행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교수는 『외국의 양형지침서 작성 방법을 배울 수는 있어도 베낄 수는 없다』며 『과거의 재판자료를 정확히 수집·분석하는 작업을 통해 우리 고유문화에 맞는 양형제도를 하루속히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교수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 「미국의 유죄답변 협상제도」 「구속적부심사제도에 관한 연구」 등이 있다.<여동은 기자>

◎제작상­일지사/40년동안 한국학관련서 ‘외길’ 출판

『재정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국학 관련책을 꾸준히 내고 있는 것은 출판인의 소명과 자부심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사명감을 갖고 우리나라 학술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출판발전에 기여한 출판사에게 수여되는 제작상을 받게된 도서출판 일지사 김성재(69) 사장의 소감이다. 일지사는 창립 40돌인 올해 전통의 한국출판문화상 제작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김사장의 첫 인상은 한마디로 「꼬장꼬장」하다. 그러나 그 「꼬장꼬장함」이 20여년동안 장사도 되지 않는 한국학 관련서 출판이라는 한우물을 파게 만든 원동력이다.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초판 500여부를 찍는 학술출판의 외길은 상호인 「일지」를 지키는 출판소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또 출판계에서는 교정·편집의 대부로 알려질만큼 꼼꼼한 전문인으로도 유명하다.

일지사가 출판과 학술발전에 기여한 가장 큰 공은 계간 학술지 「한국학보」의 창간. 그자신이 75년 겨울 창간이래 85집이 나올때까지 한번도 거르지 않고 출간한 것을 가장 보람있는 일로 여길 정도로 한국학보는 전문연구자를 위한 적자출판사업. 올해 13종을 출판, 40여년동안 500여종을 냈지만 그중 300여종은 아직도 꾸준히 팔리는 학술서들이다.<여동은 기자>

◎심사평/출품 책들 고급화로 선정 애먹어

올해 출품된 도서들을 보면서 출판이 그 나라 문화를 가늠하는 척도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우선, 참가 출판사와 출품 도서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은 다소 의외였다. 미증유의 출판불황속에서도 우리 출판인들이 문화선도자로서의 사명감과 자부심을 잃지 않고 배전의 노력을 쏟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출품도서의 대부분이 장정 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시각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여 영상매체와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금년부터 저작권법이 발효되기 시작해서인지 외국도서의 번역물이 줄고, 창작물이 강세를 보인 것도 눈에 띄는 변화이다.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아진 1,074종의 출품도서 가운데서 수상작을 가려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심사기준은 출판문화와 학문발전에 대한 기여도에 중점을 두었다. 이런 기준에서 창의성과 전문성이 높은 도서를 후보로 골라놓고, 이를 압축해가는 방법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결과를 놓고 볼 때, 과학기술 관계도서의 참여가 낮은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저작상은 성격상 도서의 창의성과 아울러 저자가 그 방면에 얼마나 오랫동안 전문적 연구경험을 쌓았는가도 참고했다. 마지막까지 후보에 오른 도서는 이수건 영남대 교수의 「영남학파의 형성과 전개」(일조각), 한전숙 전서울대 교수의 「현상학」(민음사), 이영란 숙명여대 교수의 「한국량형론」(나남출판), 신용하 서울대 교수의 「독도의 민족영토사연구」(지식산업사)였다. 이 노작들을 놓고 심사위원들은 장시간 심사숙고한 끝에 「독도의 민족영토사 연구」와 「한국양형론」을 최종수상작으로 선정하는데 합의했다.<한영우·심사위원장> ◇저작상 ▲신용하 「독도의 민족영토사 연구」(지식산업사) ▲이영란 「한국량형론」(나남출판)

◇출판상 ▲사전·사전=「한국한자어사전」(단국대 동양학연구소) 「힌디-한국어사전」(한국외대출판부) ▲문고=「문학과 지성 시인선」(문학과지성사) 「펭귄클래식」(펀앤런북스) ▲전집=「한국현대대표소설선」(창작과비평사) 「조지훈 전집」(나남출판) ▲기획=「한국의 도시」(열화당) 「서양인이 본 조선」(호산방) ▲편집=「김치 천년의 맛」(디자인하우스) 「아름다운 우리 도자기(학고재) ▲사료=「광개토왕비원석초기척본집성」(동국대출판부) 「고은님 여희옵고」(고구려) ▲번역=「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안삼환·민음사) 「그라마톨로지」(김성도·민음사) ▲아동=「임석재 민속동요」(고려원미디어) 「특선동시집」(예림당) ▲사진=「한국의 자원식물」(서울대출판부) 「몽골」(한국사진연구원) ▲예술=「아르비방」(시공사) 「한국 도예」(홍익대 도예연구소) ▲장정=「서양현대미술의 기원」(시공사) 「인간과 상징」(열린책들) ▲제작=일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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