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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지커의 북한선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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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지커의 북한선교(지평선)

입력
1996.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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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스물여섯의 젊음을 권총자살로 끝낸 헌지커의 친지들은 그가 작년에 음주운전으로 감옥살이를 할 때 『하나님을 발견하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됐다』고 말했다. 북한에 간 이유도 선교 때문이었다고 그들은 증언했다.리처드슨 의원의 주선으로 북한에서 풀려난 그는 미국에 돌아가서도 『북한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그 일이 한반도 평화통일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자살 소식을 들은 리처드슨 의원은 『좀 불안해 보였지만 선량하고 신념이 있는 좋은 청년이었다』면서 안타까워했다는 보도다.

주한미군과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다른 혼혈아들과 마찬가지로 어렸을 적부터 주변의 차가운 시선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지 못해 고통스러워했던 것 같다. 부모는 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혼했고, 그 자신도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1년 남짓 살다가 헤어졌다. 스무살을 넘기면서 폭행 마약소지 음주운전 등으로 경찰서를 드나들기 시작했다.

「나는 누구인가, 세상을 사는 의미는 무엇인가」. 끊임없이 그의 머리를 괴롭히던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갑자기 찾아왔다. 알래스카의 감옥에서 만난 한 목사의 깨우침에서 그는 절망적인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빛을 발견했던 것 같다.

「미국인이면서 한국인이며 신앙인으로서 내가 해야만 할 일은 북한사람들에게 평화의 복음을 전해 통일을 이루도록 돕는 것이다. 그것이 전쟁으로 상처받은 내 어머니의 나라 한국사람들의 고통을 낫게 해주는 길이다」라고 그는 결심했을지 모른다.

신앙의 자유는 없지만 북한에는 한때 무성했던 한국 개신교의 뿌리깊은 전통이 있다. 오늘 성탄절 새벽 헌지커의 영혼이 북한사람들의 메마른 가슴을 평화의 바다로 인도해 낼 수 있기를 기원하고 싶다.<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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