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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대회의 묘/박희자 네오라이프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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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대회의 묘/박희자 네오라이프팀 차장(앞과 뒤)

입력
1996.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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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자인 콘테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에 크게 늘어나 현재 국내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대회가 8개 정도 된다. 젊은 재목을 발굴해 크게 성장하도록 지원해주는 이런 행사는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대회가 많아지면서 주최 기업이나 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상금 액수를 올리며 자존심과 위세를 겨루는 움직임도 있다. 대상 상금이 1,000만∼2,00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는데 상금이 대회 권위와 직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최근 참관했던 파리국제 신인디자이너 콘테스트는 전혀 달랐다. 프랑스 패션협회가 14년째 개최해 온 대회로 다른 여러나라에서 「모델」로 삼는 행사이다. 국제적인 대회 치고는 대상 상금이 고작(?) 2만프랑(320만원). 우리나라에서 지방단체가 소규모로 개최하는 대회 수준밖에 안되는 액수다. 그러나 이런 적은 상금액으로도 이 대회는 국제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데 그 노하우는 바로 객관적인 평가방식과 운영 때문이다. 우선 이 대회는 최고상에게 뭉칫돈과 명예를 몰아주는 우리나라 대회들에 비해 입상자를 많이 뽑아 부상과 명예가 고루 돌아가게 하는 점이 달랐다.

지난 18일 열린 올해 대회에서도 90명 참가자 중에서 13명이 상을 받았는데 최고상 수상자와 차점자들이 받는 상금도 그리 큰 차이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대회라는 것, 특히 창의성과 감각을 겨루는 대회에서는 1위와 2위 또는 상위그룹의 경우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우가 많다. 보는 사람에 따라 판단기준도 다를 때가 많아 수상 여부가 그날 운에 따른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때문에 고루 여러 사람에게 영예와 혜택이 돌아가는 이 방식이 상당히 합리적으로 보였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것은 심사방법이었다. 1차로 심사위원들이 매긴 점수의 총점과 총점 상위자 10명을 놓고 심사위원들이 자유롭게 작품에 대한 의견을 밝힌 뒤 최종적으로 투표를 하여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었다. 창의적인 발상과 표현이 중요한 디자인에서 산술적인 점수만으로는 놓칠 수 있는 점들을 이 자유 토론과정에서 재점검하는 것이었다. 패션분야 뿐 아니라 창의성을 겨루는 대회라면 도입해 볼 만한 심사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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