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가치따라 선별페루 리마주재 일본대사관저에 남아있는 140여명의 인질들은 「투팍 아마루 혁명운동(MRTA)」게릴라들의 주도면밀한 계산에 따라 선별된 것으로 보인다.
잔류 인질들은 집주인격인 아오키 모리히사(청목성구) 일본대사를 비롯, 8명의 각국 대사들과 프란시스코 투델라 페루 외무장관, 군·경 등 정부고위인사, 일본기업인 등이다. 이들은 게릴라측이 페루정부를 상대로 한 향후 협상을 위해 전략적 필요성을 저마다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아오키 대사의 경우 이번 인질극의 직·간접 공격대상인 일본의 대표라는 이유를 들 수 있다. 외교관중에는 또 말레이시아 과테말라 우루과이 볼리비아 온두라스 도미니카공화국 대사와 아르헨티나 총영사가 포함돼 있다. 이 중 말레이시아 대사는 이원영 한국대사가 먼저 석방대상에 포함되면서 아시아지역 볼모로 남아있게 됐다는 지적이다.
과테말라 대사는 그곳 반군게릴라들이 정부군에 맞서며 여전히 세력을 형성하고 있어 페루 게릴라들이 자신들의 도피정착국가로 가장 매력적인 곳으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이유로 게릴라들은 페루정부와의 협상이 잘 진행될 경우 과테말라로 떠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루과이는 남미국가들 중 외교력이 뛰어난 나라로 정평이 나 있어 페루정부에 대해 게릴라들의 입장을 대변할 역량이 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볼리비아는 페루와 사촌 국가로 알려져 있어 페루정부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를 갖고 있다.
게릴라들은 온두라스와 도미니카공화국도 최종 도피처 후보로 생각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게릴라들이 일본 기업인들을 계속 억류하고 있는 것은 페루국민 사이에 일고 있는 반일감정을 활용하면서 몸값을 흥정할 수 있는 실질적 「전주」의 활용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미쓰비시상사 페루지사의 실질적 책임자인 재일동포 이명호씨는 게릴라들의 몸값 협상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인물로 간주된 듯 하다. 그간 한국정부는 이씨의 조기석방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왔음에도 막바지 석방대상에서 제외된 이유를 이같이 분석하고 이씨 석방문제에 신중 대처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석방에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게릴라들의 몸값 요구흥정에 말려들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리마=조재용·도쿄=신윤석 특파원>리마=조재용·도쿄=신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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