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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선물 「장애인 산타」/보청기가게 주인 홍영희씨의 성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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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선물 「장애인 산타」/보청기가게 주인 홍영희씨의 성탄절

입력
1996.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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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탁 노인 등 무료 제공 2백여명 더 도와줄 예정/자신도 청각장애로 공무원 생활 중도 퇴직청각장애인 홍영희(48)씨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하오 소리를 선물하는 「산타아저씨」로 나섰다. 캐럴이 울리는 종로거리에서 서울 강서구 화곡3동 천사양로원에 간 홍씨는 소리를 잘 못 듣는 할아버지 할머니 10명에게 무료로 보청기를 끼워 주었다.

홍씨는 서울 종로2가와 천호4거리에 보청기가게 문을 연 2월부터 전국의 생활보호대상자 소년소녀가장 무의탁노인 청각장애인 1백26명에게 개당 40만∼50만원짜리 보청기를 선물했다. 서울서만 서초 중랑 관악 서대문 동대문 강서구의 가난한 청각장애인들을 도왔고 앞으로 21개 기관이 추천하는 2백5명에게 무료로 보청기를 줄 계획이다. 노트에는 「종로구보건소 10명, 평택시청 11명」 등 도와줄 사람들이 빽빽하게 적혀 있다. 보청기 무료제공을 위해 5월 미국의 공급회사로부터 10개월 단위로 결제하는 조건으로 3백개(1억2천만원 상당)를 한꺼번에 구입했다.

『한 무의탁노인수용소 원장이 보청기를 사러 왔다가 노인 한 분에게 무료로 보청기를 해드릴 것을 제의했습니다. 왼손은 의수였고 양쪽 귀가 멀어가는 청각장애인이었습니다. 두 말 없이 따라나섰지요』

그것이 「소리선물」의 시작이었다. 5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나서 천호동가게에서 종로 가게로 올 때 타는 지하철 5호선과 2호선 전동차 안에서 보청기 무료제공사실을 알리는 팸플릿 5천장을 배포했다.

홍씨는 1월까지만 해도 사무관 진급을 눈 앞에 둔 서울시공무원이었다.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못한 그는 중국집배달원으로 일하며 고졸검정고시에 합격한 75년 서울시지방공무원 5급(현재 9급)시험에 합격했다. 그러나 서울시 감사담당관실에서 근무하던 82년 갑자기 말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69년 월남참전중 터졌던 고막이 뒤늦게 말썽을 일으킨 것이다. 14년동안 보청기의 도움을 받으며 공무원생활을 해 온 그는 2월 사무관 승진시험을 준비하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보청기도 소용없는 중증장애인이 돼가고 있는 그는 『넉넉지 않은 살림에 남을 돕겠다고 나서는 남편을 이해해주는 아내가 고맙다』고 말했다.<서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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