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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레동굴 ‘기적의 생태계’/루마니아 신비의 동굴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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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레동굴 ‘기적의 생태계’/루마니아 신비의 동굴 화제

입력
1996.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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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산소없고 유독가스 가득/쥐며느리 등 48종 동물 서식수백만년동안 바깥세상과 완전히 단절됐던 루마니아 모빌레동굴 생태계의 비밀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흑해 인근 루마니아 동남부 도브로게아에 있는 이 동굴이 발견된 것은 86년. 공산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가 이 곳에 발전소를 지으라고 명령하면서였다. 과학자들이 지질조사를 위해 땅을 파내려가다 동굴을 발견한 것. 89년 차우셰스쿠가 처형된 이후 동굴발견자의 한 사람인 세르반 자부씨가 탐사를 시작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 최근호에 따르면 이 동굴에는 속이 비치는 게와 눈이 먼 검은거미, 큰 더듬이가 달린 손가락 크기의 노래기, 25㎝ 크기의 점액질 거머리, 물전갈, 쥐며느리 등 모두 48종의 동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33종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특이종이다. 과학자들은 이들 특이종이 수백만년동안 독특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외부세계와 전혀 다른 진화과정을 거쳐온 것으로 보고 있다. 자부씨가 동굴 동물들의 세포를 조사한 결과 질소와 탄소의 원자량이 외부세계 동물의 그것과 전혀 달랐다.

지표면에서 30m 아래 위치한 이 동굴에는 빛이 전혀 흘러들지 않는다. 게다가 미로와 같은 동굴 안은 달걀썩는 냄새가 나는 후텁지근한 유독성 황화수소 가스가 자욱하다. 산소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중독돼 죽을 정도다. 산소라고는 미세한 바위 틈으로 극소량이 흘러들 뿐이고 이산화탄소 농도는 외부의 10배나 된다. 동굴 바닥 곳곳에는 황화수소와 메탄가스가 솟아오르는 호수가 있고 그 밑으로 뜨끈뜨끈한 물줄기가 흐른다.

독일 루마니아 미국 과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동굴 생태계 먹이사슬의 토대는 박테리아와 균류, 벌레들로 구성된 1㎝ 두께의 점액질층. 이 흰색 층은 포도당과 같이 영양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동물들의 좋은 먹이가 된다. 이들 미생물은 황화수소가 변화하면서 방출하는 화학에너지를 이용해 살아간다. 그러나 문제는 빛도 산소도 거의 없고 유독가스로 가득찬 환경에서 쥐며느리나 달팽이같은 고등생명체가 어떻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비밀을 완전히 밝히려면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모빌레동굴은 천장에 바다표범의 발 화석이 남아 있는 점으로 미루어 1,200만년전까지는 바다였던 것으로 추정된다.<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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