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정권타도” 현수막 걸고 성토/저지조 30여명 의장실 봉쇄도/여 “간첩 잡자는데 반대하다니…” 역공연말 임시국회가 또다시 여야 대결의 장으로 급변하고 있다. 신한국당은 23일 임시국회를 단독으로 열어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할 태세였고 야당은 이를 실력저지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특히 최각규 강원지사 등의 자민련 탈당사태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저항은 극점에 다다른 분위기였다. 그러나 하오 6∼7시께 신한국당 의원들이 철수한 뒤 야당의원들도 대부분 국회를 빠져나가 이날 대치는 열전으로 비화하지 않고 탐색전에 그쳤다.
▷국회의장실 및 부의장실◁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8일 국민회의 「저지조」의원들에 의해 하루 종일 의장실에 억류됐던 김수한 의장은 23일 아침 일찍부터 의원들을 제외하곤 일체 의장실 출입을 통제했다. 김의장은 『국회자존을 위해 국회의원 말고는 아무도 의장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며 『지난번처럼 의원 이외에 보좌관과 운전기사들까지 마구잡이로 들어와 난장판을 만드는 일이 다시는 있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권노갑 한영애 의원 등 국민회의 저지조 30여명은 하오 1시30분께 또다시 의장실로 진입, 김의장의 본회의장 등단을 차단했다.
21일 지역구 송년행사를 마친 뒤 잠적한 오세응 부의장은 당과 자택, 비서진에게만 전화로 연락을 취한 채 이날 하루종일 의사당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여야 총무회담◁
여야의 공방이 치열했던만큼 여야총무 접촉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김수한 의장 중재로 의장실 등에서 두차례 여야 총무회담을 가졌지만 서로 상반된 입장만 주장하는 바람에 접점을 찾지 못했다. 야당측이 『민생법안만 다루면 개회에 응하겠다』고 제의했으나 여당측은 『안기부법, 노동법을 함께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한국당 의총◁
신한국당은 야당의 공격에 미동도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홍구 대표 주재로 열린 고위당직자회의와 의원총회는 노동법 안기부법의 연내처리를 재확인했다. 의원총회는 결의문을 채택,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자신들이 무엇에 반대하고 있는지 각성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결의문은 이어 『간첩잡자는데 반대하는 행위를 국민이 어떻게 보겠느냐』며 『자민련 탈당사태는 대권을 위해 이념, 노선을 파괴하는데 대한 내부반발』이라고 맞받아쳤다. 청와대도 또 26일로 예정된 소속의원·지구당위원장 초청 송년만찬을 취소하는 등 법안 조기처리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야권합동의총◁
야당은 결연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이날 상오 예결위 회의장에서 합동의원총회를 열어 탈당사태, 신한국당의 임시국회 단독소집을 격렬히 비난했다. 안기부법에 유연한 자세를 보이던 자민련도 반대입장으로 돌아섰다. 의총장에는 자민련이 제작한 「공작정치 김영삼정권 타도하자」 「변절자 사퇴하라」 「안기부법 개악반대」라는 대형 현수막까지 내걸렸다.
김종필 자민련총재가 먼저 『이 따위 정치공작에 물러설 수 없다』며 『의원직을 그만 두더라도 싸워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김대중 국민회의총재도 『강원사태에 뭐라 위로를 해야할 지 모르겠다. 추악한 정치공작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이어 양당은 합동으로 4개 저지조를 편성, 국회의장실 부의장실 본회의장 환경노동위에 배치했다. 자민련은 한술 더떠 매일 상오 8시부터 1시간동안 국회 정문에서 탈당의원의 차량에 밀가루를 뿌리기로 결정하기까지 했다.
▷환경노동위◁
이날 상오 신한국당측이 단독으로 소집한 환경노동위 전체회의에서 여야는 노동관계법 처리절차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여당의원들은 『노동법안을 지금 당장 상정, 논의에 들어가자』고 주장한 반면 야당의원들은 『여야간사가 심의일정을 협의한 뒤 법안을 상정하자』고 맞섰다. 결국 회의는 노동법안을 상정조차 하지 못하고 정회됐다.<이영성·홍희곤 기자>이영성·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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