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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한부 불법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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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한부 불법주차’

입력
1996.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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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집’ 버스 인도서 노인에 무료급식/구청 단속에 항변하자 점심시간만 허용사회봉사단체가 무의탁 노인 등에게 무료 점심을 제공하기 위해 인도 위에 주차한 급식차를 불법주차로 단속해야 할까.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산공원에서 3년동안 무료 급식활동을 해 온 한국소망회 사랑의 집(대표 강대호·46)과 관할 영등포구청이 23일 이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논란의 발단은 사랑의 집측이 1주일전 45인승 대형버스를 기증받아 이날 공원옆 현대아파트 뒤편 인도에 주차시켜 놓고 급식을 하면서 비롯됐다. 사랑의 집측은 그동안 공원내 노천광장에서 빵과 우유를 무의탁노인 등에게 제공해 온 터여서 이날 쇠고기국밥 등 따뜻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노인들 모습에 흐뭇해 했다. 그러나 영등포구청으로부터 급식차를 옮기라는 통보를 받았다.

영등포구청은 전화를 걸어 『차고지증명도 없는 대형버스를 인도 위에 세워놓는 것은 명백한 불법주차행위』라며 『아무리 좋은 일을 한다 해도 불법주차를 하면 경고장발급, 견인 등 단속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사랑의 집측은 『영등포구 관내 무의탁노인들이 모이는 당산공원 근처에는 대형버스를 주차시킬 공간이 없다』며 『연말연시에 가뜩이나 온정의 손길이 줄어드는 마당에 불우이웃돕기에 앞장서야 할 구청이 법만 내세워 단속하는 것은 경직된 자세』라고 항변했다.

결국 구청측은 점심시간인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시한부 불법주차」를 용인해 주기로 했다.

이날 따뜻한 쇠고기국밥을 깨끗이 비운 윤모(86·영등포구 당산동)씨는 『빵 대신 따뜻한 음식을 먹으니 속이 든든하다』며 『구청이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양해할 수도 있을 텐데 너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랑의 집은 자체적으로 양곡유통회사를 경영하면서 얻은 월수익금 2억원 중 3,000만원을 출연, 94년 3월부터 무의탁노인 무료급식 및 소년소녀가장 장학금지급 등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홍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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