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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진입 겨냥 사전포석 분석도/페루 인질극 MRTA의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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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진입 겨냥 사전포석 분석도/페루 인질극 MRTA의 노림수

입력
1996.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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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좌익반군 「투팍 아마루 혁명운동(MRTA)」이 일본대사관저에서 인질극을 벌이는 숨은 이유는 무엇일까.인질극이 24일로 6일째를 맞으면서 장기화국면을 보임에 따라 MRTA의 거사 목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무엇보다 MRTA 게릴라들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과격행동을 자제하고 있는데서 출발한다.

게릴라들은 지금까지 인질들에게 특별한 가혹행위를 하지 않았다. 더욱이 18일과 21일 두차례의 협상시한을 넘기고도 당초 자신들이 공언한 인질처형 등의 극단적 행위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제기되는 유력한 가설은 게릴라들이 「홍보의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는 것. 이것은 게릴라들이 일본 대사관저를 목표로 한 데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일본 대사관은 페루 경제의 견인차인 동시에 빈민들에게는 빈부차 확대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게릴라들의 목적은 일본자본의 부정적 측면을 최대한 활용, 빈민층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정치적 포석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MRTA의 이번 거사가 궁극적으로 제도 정치권 진입을 목표로 두고 결행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인질로 억류됐다 석방된 좌익계 하비에르 디에스 칸세코 의원도 게릴라들이 『공식적인 정치활동을 희망한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분석은 중앙권력이 지방으로 제대로 미치지 않는 중남미 각국의 정치적 토양 및 과거 좌익반군들의 행태를 고려할 때 상당한 신빙성을 갖는다. 80년 콜롬비아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을 점거한 좌익반군 M―19는 90년 제도정치권으로 진입,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한 적이 있다.

베네수엘라의 경우에는 93년 집권당이 반군 주도의 야당과 연합, 정권을 창출했다. 콜롬비아에서도 칼리, 메데인 등 마약 카르텔은 자신들의 장악지역에서 광범한 지지를 받았다.

MRTA의 진정한 목적은 결국 사태의 전개양상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이들이 계속 유혈을 자제한다면 목적은 제도권 진입에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페루 정부가 타협을 거부하고 강경 일변도로 나간다면 오히려 게릴라들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칼자루는 정부가 쥐고 있는 셈이다.<배연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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