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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OS어린이마을 김상헌 원장(한국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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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OS어린이마을 김상헌 원장(한국인터뷰)

입력
1996.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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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보호시설 공익화 따뜻한 대체가정돼야”/SOS마을선 어머니 포함 8∼9명 모여 한가족 생활/‘아버지 시신과 10일’ 최종인군 빠르게 적응/불우아동 일시적 온정넘어 제도적 지원을고아원에 보내지는 게 무서워 아버지 시신 옆에서 열흘을 지낸 최종인(12·덕의초등 6년)군. 최군에게 비친 고아원은 「학교도 못 가고 캄캄한 골방에 갇혀 지내는」 곳이었다. 고아원 등 아동보호시설은 더 이상 갈 곳 없는 청소년의 따뜻한 보금자리가 될 수 없는 것일까. 최군이 수용된 서울 SOS어린이마을 김상헌(51) 원장을 만나 국내 아동보호시설의 현주소와 개선책, 「대체가정」이라는 독특한 운영방식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편집자 주>

-최군사건을 계기로 아동보호시설을 재점검하고 결손가정 청소년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습니다. 최군의 고아원기피는 무엇때문이라고 보십니까.

『방송 등 대중매체가 묘사하는 아동보호시설은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50, 60년대의 고아원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시 고아원은 자금이 부족했고 보육교사들의 사명감도 투철하지 못해 원아들이 굶주리거나 구타당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그런 부정적인 면을 기억하는 어른, 또 이를 극화한 대중매체에 의해 아이들은 고아원의 왜곡된 실상을 전해듣고 고아원을 무서운 곳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봅니다』

-국내 아동보호시설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국내 아동보호시설은 50, 60년대에 자생적으로 생겨나 대부분 민간법인이나 단체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운영자들이 시설을 개인재산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부정이 개입할 소지도 있습니다. 재정도 열악해 보육교사의 자질향상이나 복지시설 확충에 눈돌릴 여유가 없습니다. 정부당국이나 사회단체의 감시의 눈길도 미치지 않아 갖가지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사유재산처럼 운영되는 현재의 법인을 공익화해야 합니다. 또 시설 전문화, 「그룹홈」과 같은 제도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민들이 아동보호시설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언론과 학교등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SOS어린이마을은 전세계에 자매기관이 있는 국제적 아동보호시설로 알고 있습니다. 설립이념과 현황을 소개해 주십시오.

『SOS어린이마을은 부모가 없거나 가족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이 자립할 때까지 가족형태로 양육하는 아동보호시설입니다. SOS어린이마을은 2차대전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을 돕기 위해 49년 오스트리아인 헤르만 그마이너(1919∼86)씨에 의해 최초로 설립됐습니다. 4세때 어머니를 여읜 그마이너씨는 어린이가 행복하게 성장하려면 가정의 울타리에서 양육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가족형태로 운영되는 새로운 아동보호시설을 세웠습니다. 현재 SOS어린이마을은 전세계 125개국, 330곳에 설립돼 있고 각 마을은 유치원 학교 청소년기숙사 직업훈련센터 병원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스니아나 르완다 등 전쟁지역이나 자연재해를 당한 국가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원조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3곳에 SOS어린이마을이 설립돼 있는데 규모와 활동, 입소절차 등을 말씀해 주십시오.

『국내에는 63년 세워진 대구SOS어린이마을(이사장 이문희 대주교)과 82년에 세워진 순천SOS어린이마을(이사장 김낙선 목사)과 서울SOS어린이마을 등이 있습니다. 대구마을은 대지 6,800여평에 14개동, 순천마을은 대지 4,000여평에 15개동, 서울마을은 대지 9,000여평에 15개동의 수용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각 마을의 예산은 보건복지부 등 국가지원 52%, 재단후원금 20%, 일반후원금 28%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예산은 전액 양육비와 교육비 등으로 사용됩니다. SOS어린이마을은 보호가 필요한 「정상아동」이면 누구나 입소할 수 있습니다』

-대체가정의 운영방식과 교육효과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SOS어린이마을은 고아나 결손아동들이 가정의 정을 회복하도록 원생들을 대체가정에서 생활토록 하고 있습니다. 대체가정은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원생을 보살피는 어머니와 서로 다른 연령층의 형제·자매 등 모두 8∼9명으로 구성됩니다. 또 각 가정에는 원생들이 「이 곳이 내 집」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40평규모의 집이 제공됩니다. 10∼15개 가정으로 구성된 SOS어린이마을은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원생을 다시 사회와 이어주는 교량역할을 합니다. 이같은 교육방식에 따라 원생들은 사랑을 되찾고 원만한 사회생활을 하는 자질을 키우게 됩니다』

-SOS어린이마을을 떠난 원생들은 사회에서 어떻게 생활합니까.

『SOS어린이마을 출신의 원생들은 의무교육(고등학교)을 마치면 직장생활을 하거나 자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능력에 따라 대학에 진학하거나 해외유학을 가기도 합니다. 특히 SOS마을은 전세계에 자매기관이 많아 해외유학에서 많은 특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군이 속한 서울SOS어린이마을 6호집의 경우 최군의 「큰누나」는 서울대 졸업반에 재학중입니다. 대구SOS어린이마을의 한 학생은 오스트리아에서 성악공부를 한후 국내에서 유명 오페라극단의 단원으로 활동중입니다. SOS어린이마을은 또 원생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취업후 3년간 「생활자립관」이라는 마을내 별도시설에서 무료로 지내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예년과 달리 올해 연말에는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이웃에 대한 온정이 미약합니다.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경기불황 등의 여파로 성금이 크게 줄어든 게 사실입니다. 이같은 현상의 이면에는 「나만 살면 된다」는 잘못된 이기심이 한 몫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각박해지는 사회분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고 「우리는 한 가족」이라는 나눔의 정신을 상실한 것입니다. 특히 최근 잇달아 발생한 원주 소쩍새마을사건, 뽀빠이 이상룡씨 사기사건, 부산형제원사건 등도 아동보호시설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켜 온정이 줄어들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소녀가장의 출산 등 최근 급증하는 결손청소년들의 탈선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겠습니까.

『헌법이나 어린이헌장, 청소년헌장 등에는 소년소녀가장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권리가 명시돼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초등학생 소년소녀가장이 병든 부모와 동생을 부양하다 힘에 겨워 탈선하는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정책에 허점이 많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현상입니다. 대중매체를 통해 국민에게 도움을 호소하는 방식은 일시적 해결책은 되겠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아닙니다. 사회가 이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복지시설을 늘리는 등 지원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최군은 요즘 어떻게 지냅니까.

『입소후 아버지사망에 따른 정신적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돼가고 있습니다. 새로 생긴 쌍둥이동생과 딱지치기를 하거나 가족과 나들이를 하면서 가족의 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친구들과는 아직 서먹서먹한 상태이지만 앞으로 좋아질 것입니다. 최군이 입소한 때가 겨울방학을 앞둔 시점이어서 내년 새 학기에 중학교 배정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후원금은 어떻게 사용되며 후원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각 SOS어린이마을이나 후원회 등을 통해 접수된 후원금은 일단 대구본부에모아진뒤 각 마을로 나눠져 시설운영비나 교육비, 양육비 등으로 사용됩니다. 후원방법에는 온라인입금과 지로를 통한 후원금 납입, 개별아동 후원, 마을방문 등이 있습니다. 서울의 독지가는 서울SOS어린이마을(692-0253)이나 화곡동후원회(692-1052)로 연락하면 자세한 지원방법을 알 수 있습니다』<홍덕기 기자>

□약력

▲45년 대구 출생 ▲69년 경북대 화학과 졸 ▲82년 계명대 교육대학원 졸 ▲70년 공군소위 임관 ▲86년 공군본부 작전참모부 기상담당관 ▲91년 중령 전역 ▲92년 대구SOS어린이마을 부원장 ▲95년 서울SOS어린이마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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