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축구계가 뒤숭숭하다. 제11회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이란에게 대패한 후유증 때문이다. 지도자, 선수, 축구협회는 언론의 도마 위에 올라 집중적인 추궁을 받았다.그런데 마침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현집행부에 불만을 갖고 있는 재야세력이 모여 「축구발전을 위한 축구인들의 모임(약칭 축축모)」을 결성했다. 이들은 이란전 참패에 따른 한국축구의 위기감을 인식, 축구행정의 개혁을 촉구하기 위해 모였다. 하지만 서너차례 회동하면서 축축모의 「총구」는 엉뚱한 방향을 향하기 시작했다. 축구행정의 개혁 대신 「축구인출신을 내세워 정몽준 현회장을 갈아치우자」는 것으로 변했다.
이들의 행보를 지켜보노라면 「쯧쯧」 혀 차는 소리를 안낼 수가 없다. 이란전의 참패에 대한 반성과 개혁이 「현회장 축출」로 선회한 것은 모임의 성격이 변했기 때문인가. 모임 결성 당시의 순수한 마음은 없어지고 이제는 내년 1월의 대의원총회를 겨냥한 압력단체로 슬그머니 탈바꿈한 것이다.
이것이 오히려 축축모의 노림수일지도 모른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축축모의 행동은 순수한 「축구사랑」이 아니라 축구인들의 지저분한 「밥그릇 싸움」이 된다. 축축모가 순수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총구」부터 돌려야 한다.
축축모가 이란전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정몽준 회장은 93년 취임이후 연간 20억∼30억원을 축구에 투자했고 모든 축구인의 소망인 2002년 월드컵을 유치했다. 역대 어느 회장보다 축구에 대해 많은 열정과 시간을 쏟아왔다. 또한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으로서 이제는 국제축구계의 거물로 위치를 굳혔고 차세대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축축모가 정회장을 축출하고 새로운 회장을 영입할 경우 월드컵과 FIFA에 연관돼 일어날 각종 문제의 앞과 뒤를 재보았는지 궁금하다. 그저 소외된 세력의 한풀이가 아니길 바란다. 반면 정회장도 이번 기회에 축구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겸허하게 경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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