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면도기의 내수시장 잠식률이 98%. 외제 수입상품의 시장 잠식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은 다 아는 일이지만 잠식률이 98.1%나 되는 상품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그 상품이 기술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제품도 아니고 국산이 형편없는 것도 아니며 수출까지 하고 있는 물건인데 그 시장의 외제 침식이 거의 100%에 육박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삼성경제연구소가 주요 소비재의 수입침투도를 조사해 본 결과 전기면도기 98.1%를 비롯해서 커피 포트가 82.3%, 토스터 77.4%, 전기다리미 62.4%, 휴대폰이 53.4%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수입침투도란 수입액을 「생산액+수입액―수출액」으로 나눈 값으로 해당 수입품의 내수시장 잠식률을 뜻하는 것이며 국산품이 내수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삼성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헤어드라이어 샴푸 포도주 향수 목욕화장품 청소기 같은 제품들도 43.7∼17.2%의 수입침투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히 어려운 기술이 필요치 않고 국산품의 경쟁력도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이들 생활용품들이 이런 지경으로까지 시장침식을 당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국산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오랜 불신 때문이라는 사람들도 있고 만만찮은 가격 때문에 같은 값이면 외제를 쓰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외제선호심리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외제라면 덮어놓고 좋다는 상품사대주의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총외채가 1,000억달러를 넘어서고 한해 적자를 200억달러씩 내면서 외채위기와 경제위기론으로 떠들썩한 나라가 이런식으로 외제를 무분별하게 수입해댄다면 나라꼴이 온전하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산이든 외제든 품질과 가격위주로 냉정하게 선별해서 상품을 구입할 줄 아는 소비자들의 이성적인 구매자세가 아쉽다. 외제면 무조건 좋다는 막연하고 근거 없는 사대주의 풍조가 나라경제를 망쳐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한번쯤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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