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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한 송년/술 취해 토하고 쓰러지고 싸우고 “비틀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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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한 송년/술 취해 토하고 쓰러지고 싸우고 “비틀대는 밤”

입력
1996.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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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꼬부라진채 고성 난장판/청소년 음주 급증 더 꼴불견/골목 퀴퀴한 냄새… 어김없는 연말풍경한 해를 꼭 이렇게 보내야 하나. 술 마시는 모임은 많이 줄어들고 조찬·오찬송년회도 늘어나긴 했지만 취해서 토하고 쓰러지고 싸우는 연말풍경은 여전하다. 여성 청소년음주자가 늘어나면서 꼴불견은 더 많아졌다.

24일 자정무렵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대방향. 휘황찬란한 술집 앞 차도는 뒤엉킨 차량 사이를 갈지자로 헤매는 취객들로 가득 찼다. 1차를 끝내고 2차 장소를 찾아가는지 비틀거리며 큰 소리로 동료의 이름을 불러대는 취객들, 유행가를 불러대는 젊은이들로 난장판이다. 횡단보도가 따로 없다.

골목은 토하는 사람, 용변 보는 사람들로 퀴퀴한 냄새가 진동한다. 밀폐된 공중전화부스에서는 악취가 코를 찌른다. 흐느적거리다가 쓰러지는 여성들도 곳곳에 보인다. 2차선 도로에서는 욕설과 고함 속에 택시잡기전쟁이 한창이다. 취객들끼리 싸움판이 벌어져 욕설이 오가고 멱살잡이가 계속됐다.

음식점 술집이 밀집한 서초구 서초동 강남역 뒷골목 「젊은이의 거리」도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이었다. 여관이 많아 불빛이 어슴푸레한 옆골목에서는 30대 후반의 여성 3명이 엎드려 토하는 친구의 등을 두드려주고 있었다. 초등학교동창인 이들은 벌써 4차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한 여성은 『사업이 어려운 집안이야기를 하며 우는 친구 때문에 좀 많이 마셨다』고 말했다.

K나이트클럽 앞에서 멱살을 잡고 언성을 높이는 20대 2명은 회사동료. 술에 절어 발음도 제대로 되지 않는 두 사람을 동료들이 뜯어 말렸지만 싸움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그 옆골목에서는 한 청년이 비틀거리다 쓰러져 겨우 일어선뒤 또 쓰러지기를 수없이 되풀이하고 있었다.

불황과 불경기로 술을 더 마시기 때문일까. 어느 해보다 을씨년스럽고 온정은 미약한 96년의 연말. 한국인들은 또 이렇게 흉하고 추하게 1년을 보내고 있다.<김정곤·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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