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이데올로기’ 성리학 22개 학파 체계화조선왕조 500년은 역사상 학파의 활동이 가장 왕성했던 시기이다. 고려말 신진사대부들이 들여온 성리학은 조선의 정치·사회적 이념의 뿌리로 기능하는 동안 지연, 학연, 혈연 등에 따라 독특한 사상체계를 이루고 독립학파로 자리잡았다. 특히 17세기 붕당화현상이 심화한 후 학파는 정파의 이해와 결합하면서 수차례 피비린내 나는 사화로 비화하기도 했지만 수준높은 사상과 철학을 일구어낸 텃밭이었다.
인간의 본성과 사물의 본질 등을 둘러싼 팽팽한 긴장과 갈등, 그 극복의 치열한 흔적인 학파의 학맥과 사상을 압축·소개한 「조선 유학의 학파들」(예문서원간)이 출간됐다. 저자는 윤사순 고려대 교수가 설립한 한국사상사연구회(회장 유초하 충북대 교수) 소속학자와 젊은 연구자 22명. 한국사상사연구회가 창립 10주년과 함께 윤교수의 화갑을 기념해 펴낸 연구서에는 이종태(공군사관학교) 정대환 김기현(이상 전북대) 손병욱(경상대) 황의동(충남대) 유권종(중앙대) 이애희(강원대) 홍원식(계명대) 교수, 강사인 장숙필 유영희 김문용씨 등의 논문이 실렸다.
이 책은 조선초기의 관학파부터 조선말 개화사상을 주도한 개화파까지 모두 22개 학파를 다루고 있다. 이 중에는 세계학계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퇴계학파와 율곡학파를 비롯해 그동안 연구가 미진했던 관학파, 화담학파 등이 포함돼 있다. 유회장은 「조선성리학의 이론적 정초-관학파」라는 논문에서 『정도전 하윤 권근 등 조선건국후 체제정비를 주도한 관학파들은 조선시대 내내 객관적·보편적 선험법칙을 옹호하게 하는 틀이 됐지만 결국 후세 성리학이 정몽주 등의 절의파를 택함으로써 정통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교수는 「기론과 도학정신의 융합-화담학파」라는 논문에서 자연철학자 또는 유물론자로 알려진 서화담의 「이기설·이기설」과 함께 그의 제자인 박순 이지함 등이 펼쳤던 현세중심 유가의 가치관을 소개하고 있다. 86년 이후 매년 2차례의 공동연구작업의 결과로 「사단칠정론」(92년) 「인성물성론」(94년)을 출간했던 한국사상사연구회는 98년까지 각 학파의 사상을 독립된 책들로 확대·출판할 계획이다.
유회장은 『조선시대는 학문활동과 학문내용에 대한 학파의 규제력이 매우 컸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인물별연구가 주종을 이루어왔다』며 『이 책은 발전적인 조선 유학사, 한국 사상사탐구를 위한 일종의 서론적 의미를 갖는 연구서』라고 말했다.<최진환 기자>최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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