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교육위 ‘에보닉스’ 공인에/흑인사회서조차 ‘소외심화’ 맹비난「구(Goo)」 「히 돈 디드 잇(He done did it)」
도대체 해석이 아리송한 이 말들은 미국 흑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일상어로서 「Good」 「He has done it」을 의미한다.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교육위원회가 최근 「에보닉스(검다는 뜻의 ebony와 음성학을 뜻하는 phonics의 합성어)」또는 「블랙 잉글리시」로 통하는 이같은 흑인속어를 「제2언어(세컨드 랭귀지)」로 공식 인정하면서 미국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오클랜드 교육위원회는 18일 『니제르―콩고출신 흑인들의 언어적 특성에서 비롯된 에보닉스는 표준영어와 구별되는 독특한 어휘와 구문을 지닌다』고 결론지었다. 교육위원회 루첼라 해리슨 위원장은 『교육구학생의 53%를 차지하는 흑인학생 가운데 71%가 언어문제로 인해 특수반에 속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 결정이 흑인 학생들의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에보닉스가 공식과목으로 인정됨에 따라 에보닉스 교육에 필요한 연방정부의 예산지원요구가 가능하게 됐고 교사들도 에보닉스 교수법 연수를 받게 될 전망이다.
사실 에보닉스는 표준영어와 큰 차이가 있다. 위드(with)를 「위프」로 읽는 등 단어의 마지막 th를 「f」로 발음하고 주어·시제에 상관없이 동사원형을 사용한다. 「I don’t have nothing」처럼 표준영어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이중부정을 사용하는 등 크게 봐도 50여가지의 주요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 언어학자들의 분석이다. 에보닉스는 갱영화 랩송 등 대중매체를 통해 주류사회도 광범위하게 확산돼 왔지만 교육과정에서까지 공식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 결정에 대해 백인뿐 아니라 흑인사회에서도 격렬한 비판이 일고 있다.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는 『학교에서까지 쓰레기언어를 배우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비난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취임식장에서 축시를 읊었던 흑인 시인 마야 엔젤로씨는 『이는 흑인들의 영어학습능력을 무시하는 것이며 흑인들이 표준영어 배우기를 포기하게 만듦으로써 주류사회로부터의 흑인소외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위험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오클랜드 교육구의 결정이 적용되는 학생수는 5만2,000명에 불과하지만 이 조치가 교육계에 미칠 영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김준형 기자>김준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