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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로위츠의 햄릿(연극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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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로위츠의 햄릿(연극 리뷰)

입력
1996.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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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민에 휩싸인 햄릿이 엄숙하게 말한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다」. 그러자 다른 등장인물들이 깔깔대며 배꼽을 쥐고 뒹군다. 연민 대신 비웃음이, 고뇌 대신 코미디가 전면에 부각된다. 우유부단하지만 기품있는 청년 햄릿은 경멸받는 못난이로 전락했다. 찰스 머로위츠는 그렇게 기존관념을 깨부수며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공격적으로 재해석했다.이 뒤집혀진 「햄릿」이 극단 은행나무에 의해 윤우영 연출로 10일부터 공연되고 있다. 머로위츠는 원작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찢어발겨 콜라주로 재구성했다. 따라서 극중 사건은 순서대로 펼쳐지지 않고 뒤죽박죽인 채 삽시간에 흘러가거나 연속된 장면이 파편처럼 쪼개지기도 한다.

심각함은 때로 경박함으로 뒤바뀐다. 예컨대 햄릿과 레어티즈의 결투 장면은 슬랩스틱 코미디 같다. 두 개의 칼날이 맹렬한 기세로 맞부딪친 순간 두 배우는 장단맞춰 무릎을 굽혀가며 「귀엽게」 유치한 춤을 춘다.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변용은 햄릿을 좀더 조롱하기 위해서인 것처럼 보인다. 머로위츠에게 있어 햄릿은 연민의 대상이 될 가치조차 없는 무력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마구 뒤섞인 채 전개되는 자기분열적 형식을 취함으로써 머로위츠는 원작이 갖고 있는 중층적 구조와 복잡한 성격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조악한 패러디가 아니라 창조적인 해체이다. 셰익스피어도 기분나빠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단 연기가 배우에 따라 들쭉날쭉 고르지 않은 것은 흠이다.

내년 2월28일까지 대학로 은행나무극장. (02)3672-6051<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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