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형평성 등 큰 논란/외교문제 비화 톰슨·재벌반목 포커사 아픈 기억「미제의 96년」 재계는 올 한해를 이같이 회고한다.
현대그룹의 일관제철사업 진출논란에서 톰슨사인수파문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현안들을 해결하지 못한채 해를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재계의 최대 현안은 현대그룹의 일관제철사업진출 문제. 현대는 숙원사업으로 일관제철사업진출을 시도했으나 정부당국의 일관성없는 산업정책에 밀려 좌절되고 말았다. 정부는 지난달 현대그룹의 제철사업에 대한 불허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현대측은 제철사업진출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며 재추진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또 현대제철소의 후보지로 거론된 경남 전북등 지방자치단체들도 현대그룹의 움직임과 맞물려 제철소유치에 다시 나서고 있다. 현대제철사업진출 논란은 내년이나 다음 정부가 들어설 98년에 재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현대그룹의 일관제철사업불허 이유로 철강공급의 과잉 우려와 국제경쟁력확보의 어려움을 들고 있다. 현대측은 이에 대해 최근 철강부문에 대한 재분석을 통해 2005년에는 철강이 2,700만톤이나 부족하게 되고 제철소사업을 130건이나 수행한 경험과 기술력을 살리면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제철사업진출의 타당성은 이미 공증된 상태』라며 『불황기에 투자를 확대해야 경제활성화와 불황극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헌대그룹이 제철사업을 재추진키로 한 배경에는 정부의 불허결정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비난이 빗발쳤던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불허방침을 결정하면서 방침결정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인허가대상이 아닌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방침을 정했을뿐 아니라 삼성승용차사업 허용과 비교해 형평성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상황변화에 따라 다시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현대의 제출소진출논란은 재계의 최대 미제현안으로 꼽히고 있다.
외교문제로까지 비화한 대우그룹의 프랑스 톰슨멀티미디어 인수문제도 쓰라린 기억으로 남는다. 프랑스측이 국내사정을 이유로 대우전자의 인수를 사실상 무산시킨 톰슨파문과 관련, 우리 정부는 프랑스에 대한 경제보복까지 검토하는 등 양국간에 전례없는 긴장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경제보복이 실행될 지는 의문이지만, 대우로서는 톰슨사 인수를 통해 세계최대규모의 전자업체로 발돋움하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져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중형항공기 제작업체인 포커사 인수파문은 재벌기업간의 반목을 심화시킨 점에서 재계의 뼈아픈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삼성항공이 정부의 지원을 업고 포커사가 파산한 지난 3월부터 업계의 공동인수를 추진해왔으나 대한항공 등 나머지 3개 항공업체와 삼성간의 이견이 갈수록 커져 포커사인수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영난으로 제3자인수 문제가 추진돼온 건영사태와 참여업체들간에 컨소시엄구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시베리아 가스전사업 등도 재계가 하루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불황, 수출부진, 산적한 현안 등으로 올 한해동안 재계는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경제를 이끌어왔다』면서 『이제부터는 지난 한해동안 겪은 시련을 발판으로 돌파구를 찾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의 공통현안인 노동법개정파동은 재계 전반에 가장 깊은 상흔을 남기고 있다. 정부안이 확정되기는 했으나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자 등에 대해서는 노측이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3자개입금지규정 철폐 등은 사측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동법개정을 둘러싼 노사갈등은 내년에 재계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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