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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퇴직 증후군’의 교훈/배정근 경제과학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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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퇴직 증후군’의 교훈/배정근 경제과학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6.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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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17년째인 중견기업체 K모부장은 지난달부터 근무시간이 끝나면 곧바로 손을 털고 일어나 요리학원으로 향한다. 올들어 매출실적이 극히 부진해 늘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던 그는 당장 해직의 위협을 느끼지는 않지만 장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기위해 퇴직이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요리기술을 배우기로 한 것이다. K부장이 다니는 요리학원에는 요즘 직장인 수강생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이른바 「조기퇴직 증후군」이 갈수록 맹위를 떨치고 있다. 40대의 경우 62%이상이 실직을 걱정해봤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는 직장인들을 짓누르는 실직에 대한 공포를 실감케 한다. 명예퇴직과 발음이 비슷한 「명태」나 「조기」같은 생선이 팔리지 않는다는 우스개소리가 결코 우습지만은 않다.

내년에 경제사정이 더욱 어려워지고 노동법개정으로 정리해고제가 도입된다면 직장에서 밀려나거나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거리를 헤매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 민간경제연구소는 현재 2% 수준인 실업률이 2∼3년내 3%이상으로 올라 본격적인 고실업시대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현재의 고용불안이 불황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노동집약적 제조업중심에서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산업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기때문에 고용형태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좀더 시야를 넓힌다면 정보화를 주축으로 한 「제3의 물결」이 사회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노동의 절대량을 줄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지금처럼 실직문제가 개인의 무능이나 일시적인 기업의 감량경영 문제로 치부돼서는 안된다. 우리는 고성장에 익숙해 너무 오랫동안 실업 등 고용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경제만 살아나면 고용문제도 금새 해결될 수 있으니 공연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통큰」경제관료들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내년부터라도 당장 닥쳐올 실업문제에, 장기적으로 정보화사회 진척에 따른 고용구조 개편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정부차원에서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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