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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출판시장 ‘흐림속 가끔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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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출판시장 ‘흐림속 가끔 맑음’

입력
1996.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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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여파 침체분위기속 대형서점 매출 급신장/문학서적 영화 회복 등 눈에 띄는 조짐도올해 출판시장의 기상도는 「내내 흐린 가운데 때때로 맑음」이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출판계도 침체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몇몇 긍정적 조짐도 보였다.

특이한 것은 대형서점의 매출 급신장이었다. 교보문고 19.8%, 영풍문고 20% 등 불황 속에서도 큰 서점의 매출은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였다. 이는 도서대여점의 퇴조, 중소서점 고객들의 유입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는 자리를 빼앗겨 가는 것으로 보였던 문학 책들이 예전의 영화를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영풍문고의 경우, 베스트셀러 50위권 안에 30개 정도가 대거 포진했고, 교보문고에서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양귀자, 무라카미 하루키 등 특정 인기작가에 고정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문학적 다양성의 확보에는 실패했다는 분석도 있다. 올 출판계 최대의 히트상품은 신드롬까지 일으킨 소설 「아버지」. 하반기에 출간된 무명작가의 이 소설이 60만권 가까이 팔리는 큰 인기를 누린 것은 부권 상실의 시대적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평.

비소설류 중에서는 교육 관련서와 쉽게 풀어 쓴 역사서·인류학 서적이 꾸준히 팔렸다. 전생 관련 서적 붐, 10여 종이 넘는 독도 관련서의 출간 등 사회문화적 현상과 맞물린 책들의 출간도 주목할 만하다. 큰 인기를 끌었던 「로마인 이야기」와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등은 역사를 한낱 흥미거리로 만들었다는 지적과 함께 대중교양의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호평을 동시에 받았다.

올해도 변함없이 출간 러시를 이룬 여성 성공담과 자전적 에세이류는 이전만큼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명예퇴직, 감원 등에 따른 고용 불안과 기업들의 재교육 활성화에 따라 컴퓨터, 어학 등 실용서적들의 강세가 이어졌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등 성공학 관련서들도 변함없이 호조. 이들 분야에 대해서는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신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과, 내년에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맞서고 있다.

이밖에도 건강 관련서들이 독자들의 관심을 꾸준히 모으고 있고, 북한 귀순자들의 책이 유난히 많이 발표된 것도 올해 출판계의 한 특징이다.

내년에는 대통령선거라는 빅 이벤트가 있어 정치·사회 분야 출판물의 약진이 예상되기도 한다.<황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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