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비비고 일어나 신문을 펼치면 눈에 띄는 것은 정치와 연예 기사, 그리고 광고뿐인 것 같다. 언론은 독자의 관심을 반영하지만, 또한 사회의 등불이기도 하다. 언론이 사회를 선도하는 기능을 함으로써 그 힘은 유지된다고 본다.그러나 최근 이를 등한히 한 예가 있어 아쉬운 감을 금할 수 없다.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국회 통신과학기술위원회의 공청회가 9일 있었는데, 이에 대한 보도를 찾아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단적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언론의 홀대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과학기술자니까 과학기술이 중요하다고 하는 분야 이기주의라고 냉소할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과학기술이야말로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 10%이상 높이기」의 가장 확실한 길이기에 이를 국민에게 전하지 않는 대중매체를 원망하는 것이다.
공청회의 열기는 대단했다. 정부(여당)를 대표한 진술인 2명, 야당을 대표한 진술인 2명이 상임위원들 앞에서 특별법(안)에 대한 찬반 진술을 했다. 그들과 의원의 질의응답, 그리고 방청인의 질문도 받는 순서로 진행됐다. 5년 한시적인 특별법이라면 최소한 정부의 연구개발투자 확대의 목표치라도 명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국회의 주장이고, 예산목표치를 법조문에 명기하는 것은 재정운영의 경직성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를 과학기술혁신 5개년계획으로 반영하자는 정부 특히 재정경제원의 주장이 상충되어 공청회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공청회에 참석한 국회의원 진술인 방청인 모두 마음속으로 합의한 사실은 과학기술에 대한 혁신적 조치가 국가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과학기술혁신을 성취하는 제도적 방법에 대해 피력하는 과정 속에, 어느 의원이 한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전반적인 사회의 무관심을 개탄하면서 『내일 언론이 오늘 일을 얼마나 다루는지 봅시다』라고 한 말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놀랄 정도로 언론은 침묵했다. 이것을 과학기술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없음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힘든 것은, 국민의 대변인이라고 볼 수 있는 의원들의 과학기술 사랑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우리의 총체적 과학기술력은 세계 10여위, 기초과학력은 논문수로 따져 세계 20여위라고 흔히 말한다. 국민의 과학기술 의식은 이보다 훨씬 뒤질 것이다. 이는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늦게 개화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는 훌륭한 지도자가 필요한데 과학자는 물론 정치가 교육자 그리고 언론인이 과학기술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국회는 이번 정부안이 나오기 전에도 의원입법으로 두차례나 과학기술 지원법안을 시도한 바 있어 훌륭한 지도자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언론의 지도력에 더 호소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함으로써 경제선진국의 반열에 들기는 했으나 세계 중심국가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마음가짐(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것은 과학기술을 공부하는 자세, 연구하는 태도라고 볼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 제일의 융성기였던 세종대왕때 집현전 학사들이 왕을 모시고 강론을 했던 것처럼 정부도 국회도 과학기술계도, 그리고 언론계도 모두 참여하여 국가대계를 위해 공부하며 노력해야 한다. 이같은 노력이 좀더 일찍 이루어졌다면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특별법은 금년내에 통과되지 않았을까 한다.
이제 할 수 없이 해는 넘기더라도 내년초에 입법되고 98년 예산부터라도 반영되어, 하루라도 빨리 과학기술의 실익이 돌아올 수 있도록 최적의 타결책이 새해 아침에 들려오기를 바란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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